KT-하나로텔 파렴치한 ‘고객정보 장사’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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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통신업체인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초고속 인터넷망의 가입 고객 정보를 대량으로 유출시킨 사실이 밝혀지자 가입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이사는 9일 “소비자들의 불만과 피해신고가 빗발치고 있다”며 “굉장히 심각한 소비자 문제로 보고 소송인단을 모집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적발된 통신업체들 외에 다른 통신업체에서도 고객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통신업체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본보 9일자 A17면 참조

▶ 못믿을 통신업체

이에 따라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피해자 수는 눈 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명의 도용 피해 얼마나 되나=통신업체들의 무차별 고객 정보 유출은 명의 도용에 따른 부당요금 청구 등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회사원 정민정(29·여) 씨는 몇 개월 전 인터넷 요금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요금의 2배인 6만여 원이 나왔기 때문. 통신업체에 확인한 결과 자신이 하지도 않는 게임의 아이템을 구입하는 데 3만 원이 쓰인 것으로 돼 있었다.

정 씨는 “여러 차례 항의를 한 뒤에야 겨우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금을 자동이체로 내는 가입자들은 대부분 청구서를 자세히 보지 않기 때문에 정 씨처럼 뒤늦게나마 피해를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명의가 도용됐고, 또 부당하게 청구된 요금이 얼마나 되는지는 현재 가늠하기 힘들다”며 “최소 1000만 건 정도가 명의 도용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억울한 신용불량자 양산=최근 군대를 제대한 서모(26) 씨는 휴대전화를 개통하려다 자신이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민 생활을 마치고 최근 8년 만에 호주에서 돌아온 정모(45) 씨도 귀국하자마자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고지서를 받았다.

이들이 신용불량자가 된 것은 모두 가입하지도 않은 인터넷 서비스 요금을 연체했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에 사는 한모(29·여) 씨 역시 “지난해 가입도 하지 않은 초고속 인터넷 요금이 36만 원이나 연체됐다는 통지를 받고 알아보니 주소가 서울 노원구로 돼 있었다”며 “업체에 전화해 따졌지만 ‘나 몰라라’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입하지도 않은 인터넷 요금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은 경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것만 3000여 명에 이른다.

경찰은 “업체에서 본인 확인도 하지 않고 연체 통보를 한 경우가 100만여 건이나 돼 앞으로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의 박재구 거래조사팀장은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개인정보 피해 신고 가운데 통신업체 관련 신고가 전체의 64%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며 “통신업체가 다른 업종에 비해 위탁 영업망을 통한 텔레마케팅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보 도용 피해 막으려면=통신업체가 개인 정보 유출의 진원지가 된 것은 인터넷망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통신업체들이 인터넷 서비스 회원을 무작위로 자회사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에 가입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명의가 도용됐는지 확인하려면 먼저 자신이 가입한 통신업체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의 가입 여부를 체크해 봐야 한다. 현재 KT와 하나로텔레콤의 자회사는 각각 메가패스(www.megapass.net)와 하나포스닷컴(www.hanafos.com)이란 포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이트뿐 아니라 유출된 개인 정보로 여러 사이트에 무작위로 가입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Asite(asite.dreamwiz.com)’처럼 개인이 가입한 사이트를 모두 알려주는 곳에서 자신이 가입한 사이트들을 전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자신이 가입하지도 않은 사이트에 등록돼 있다면 해당 업체에 피해사실을 알리고 가입 취소를 요청해야 한다. 또 자신이 쓰지도 않은 요금이 연체됐다면 경찰청 홈페이지(www.police.go.kr) 또는 일선 경찰서에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명의 도용으로 요금이 연체돼 신용불량자가 됐다면 곧바로 요금을 갚아도 신용이 회복되지 않는 만큼 채권 추심을 위탁받은 신용평가회사에 명의 도용 관련 자료를 첨부해 신용 회복을 요청해야 한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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