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세포 복제배아연구 제한적 허용

  • 입력 2007년 3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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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파문 이후 중단됐던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07년도 제1차 회의를 열고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의 ‘제한적 허용안’과 ‘한시적 금지안’을 놓고 표결한 결과 참석자 13명 가운데 12명 찬성으로 제한적 허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하는 난자가 △체외수정할 때 수정되지 않아 폐기할 예정이거나 △적출 난소(질병 등으로 떼어 낸 난소)에서 채취한 ‘잔여 난자’일 경우에 한해 복제배아 연구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위원회는 민간 위촉위원 13명(생명윤리계 6명, 과학계 7명)과 정부 측 당연직 위원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시적 금지안을 주장하고 있는 생명윤리계는 충분한 동물연구(동물 난자에 동물 체세포를 핵이식하는 연구)를 거치고 기초기술을 쌓은 뒤 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표결에 생명윤리계 위원 6명 전원이 불참했는데 위원회 측이 표결을 강행해 과학계의 현실론에 무게를 실어 줬다. 과학계는 황우석 전 교수 파문으로 국내에서 줄기세포 연구가 1년 이상 전면 중단돼 줄기세포 산업이 후퇴하는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복제배아에서 추출하는 배아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나 신약 개발에 이용하기 위해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연구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반기고 있다.

하지만 외견상 허용이지 실제로는 금지와 다름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차병원 줄기세포치료연구소 정형민 소장도 “난소를 적출할 정도면 심각한 병에 걸렸거나 50, 60대의 폐경기 여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난소에는 난자가 없거나, 난자가 있어도 염색체 이상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영국 스페인 중국 등 4개국이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공식 허용하고 있으며 7개 연구기관(미국 3곳, 영국 2곳, 스페인 1곳, 중국 1곳)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 소장은 “외국에서는 난자 기증 과정이나 연구 진행의 투명성은 규제하지만 난자 자체를 규제하진 않는다”며 “적법한 절차로 기증받은 건강한 난자를 연구에 쓸 수 있게 허용해야 실질적인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종교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가톨릭 주교회의는 15일 성명을 통해 “배아를 이용한 어떠한 실험이나 연구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신성함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 합법화 움직임은 중단돼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공식 표명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과학기술부 주관으로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를 열고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등 5개 부처 및 정부출연기관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60억 원,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257억 원 등 줄기세포 연구에 342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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