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입맞춤이나 잠자리론 안옮아요”

  • 입력 2007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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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은 후진국 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잘사는 나라에서도 발병률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발생률 1위다. 사진 제공 삼성서울병원
‘결핵’은 후진국 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잘사는 나라에서도 발병률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발생률 1위다. 사진 제공 삼성서울병원
《‘결핵’은 후진국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선진국에서도 여전히 발병률이 높은 무서운 질병이다. 한국은 2004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결핵 발생률이 1위다. 10만 명당 90명꼴로 일본(30명)에 비해 3배, 미국(5명)에 비해 18배나 높다. 결핵은 폐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라 온몸 곳곳에서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24일 ‘결핵의 날’을 맞아 결핵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알아보자.》

■ 결핵에 걸리면 미인이 된다?

결핵에 걸리면 체중이 줄고 빈혈이 발생해 얼굴이 창백해지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다. 하얀 피부에 가냘픈 얼굴은 서양 미인의 기준이다.

젊은 여성은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결핵에 감염될 수 있다. 결핵에 걸리면 체중이 급속히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다이어트 효과로 잘못 알고 지내다가 결핵을 방치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다이어트 도중에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면서 밤에 식은땀이 나고 기운이 없다면 몸에 이상이 생겼을 수 있으므로 가슴 X선 촬영을 해 보는 게 좋다.

■ 결핵균은 침을 통해 전염된다?

키스나 성관계를 한다고 해서 결핵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결핵균은 타액을 통해서 전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핵은 대부분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가래에 있는 균이 옆 사람의 호흡기 안으로 들어가서 생긴다. 이 때문에 결핵환자와 수건, 식기 등을 함께 쓴다고 해서 감염될 위험은 별로 없다.

폐결핵은 치료를 시작하면 2주 뒤 전염력이 사라진다. 결핵 환자가 있는 집안에 3세 미만 아이가 있으면 조심해야 한다. 어린아이는 결핵 발생 확률이 어른보다 3, 4배 높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감염 여부를 알아본 뒤 예방약을 복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 결핵에는 개고기가 좋다?

과거 환자들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 나온 이야기다. 개고기가 결핵에 좋다는 증거는 없다.

폐결핵은 대개 6개월 동안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하지만 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고 중간에 중단하거나 약의 종류를 마음대로 바꾸면 결핵균이 내성이 생겨나 치료가 힘들어진다. 이 경우에는 처음 약과는 전혀 다른 2차 약을 적어도 1년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한다. 3차 결핵약은 없기 때문에 2차 치료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 BCG 접종하면 걸리지 않는다?

아직까지 결핵 예방약은 없다. 아이에게 BCG 예방 접종을 하는 이유는 결핵균에 감염됐을 때 치명적인 결핵성 뇌막염이나 결핵골수염 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BCG 접종을 했다고 해서 성인이 되더라도 폐결핵 등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발병하지는 않는다. 감염자의 10%가량이 발병한다. 발병했더라도 절반가량은 2년 안, 나머지 절반 가량은 2년 이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50명이 결핵균에 감염되더라도 5명 정도만 발병한다. 이들 가운데 2, 3명은 2년 안에 결핵 증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 폐에만 생기는 질환이다?

결핵은 우리 몸 어디서나 발생한다. 폐결핵이 90% 정도로 가장 많지만 폐를 싸고 있는 흉막, 뇌 척수, 관절, 신장, 간, 대장, 복막, 생식기 등 발생 부위는 다양하다. 특히 무서운 증상은 뇌에서 결핵성 뇌막염이 일어날 때다. 결핵성 뇌막염의 경우 성인도 50%가량이 죽는다.

■ 노인들이 걸리는 병이다?

최근 국내 결핵 감염자는 20, 30대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20, 30대는 대중과 접촉이 많아 결핵균을 서로 옮기거나 균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2005년 폐결핵에 새로 감염된 환자의 연령대별 비율은 20대 19%, 70대 이상 17%, 30대 16%, 40대 15%, 60대 13% 등의 순이다.

국민의 위생과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던 시기인 1960∼1980년대 노인들이 결핵에 잘 걸렸다. 젊은 시절에 이미 균에 감염돼 있다가 노인이 돼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자 결핵균이 활동한 경우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호흡기 내과 고원중 교수, 여의도 성모병원 호흡기 내과 송정섭 교수, 세브란스병원 호흡기 내과 김성규 교수)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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