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키즈헬스/단체생활증후군

  • 입력 2007년 3월 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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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미국에서 출간된 로버트 풀검의 에세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세계 각국에서 호평 받은 베스트셀러다. 이 책은 ‘남을 때리지 마라’ ‘손을 씻어라’ 등과 같이 어쩌면 너무도 뻔한 잔소리를 담고 있다. 그런데도 이 책이 인기를 끈 것은 독자들이 처음 시작하는 단체생활의 중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3∼5세에 놀이방이나 어린이집, 6∼7세에 유치원에 가고 8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전혀 다른 환경을 연속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체력이나 면역력으로는 버티기 힘든 수많은 감염성 질환에 노출된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고 약을 먹어도 쉽게 낫지 않는다.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수두에 걸리면 이내 옮는다. 어디 그뿐인가. 장염에 걸려 응급실로 달려가는 일이 다반사다. 결막염이 유행하는 시즌이면 토끼 눈으로 집에 오기 일쑤다.

상황이 이쯤 되면 부모도 심신이 지치고 아이는 짜증만 늘어난다. 다니던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을 조퇴하는 횟수가 늘다가 급기야 그만두는 경우까지 생긴다. 각종 감염성 질환에 시달리다 보면 단체생활이 주는 장점을 배우지 못한 채 자라게 된다. 정상적인 신체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원만한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쳐 툭하면 짜증을 내는 아이가 될 수 있다. 특히 체력이 약한 아이, 기력이 달리는 아이, 에너지 소모가 많은 아이, 담력이 약한 아이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단체생활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치면서 생기는 증상을 ‘단체생활증후군’이라 부른다. 단체생활을 시작한 후 또래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체력 소모와 스트레스가 많아져 생기는 현상이다.

아이가 좀 아프다 싶으면 항생제나 해열제를 쓰는데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붙기’ 처방에 불과하다. 그때그때 눈앞의 증상만을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단체생활이 초래하는 체력적 심리적 문제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질병과 어울리면서 스스로의 자생력을 키워 나간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따뜻하게 안아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다.

또 아이들의 ‘비위’를 잘 맞춰 줘야 한다. 기력의 바탕은 비위(소화력)에서 출발한다. 잘 씹어 먹고 소화를 잘 시키고 대소변을 시원하게 보면 잔병치레가 줄어 기력이 살아난다.

폐의 기운을 길러 주면 잦은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긴 대화를 하는 것도 폐의 기운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황사가 없는 날 밖에서 산책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집에 오면 항상 손발을 씻고 소금물로 입안을 헹구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튼튼한 몸으로 좋은 친구와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아이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1544-1075

최혁용 함소아 한의원 네트워크대표원장 www.hamso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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