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속의 性이야기]‘참을 수 없는’ 방광의 압박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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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아가씨는 오랫동안 비행기를 타면서 어떻게 화장실 한번 안 가고 잠만 잘 수 있어요?”

얼마 전 학회 출장차 외국에 갔을 때 비행기 옆 자리에 앉았던 중년 부인이 서울에 도착할 즈음 놀랍다는 듯 물었다. 교통수단에 올라타 창가 자리만 확보되면 머리를 기대고 자는 버릇이 있어서 나는 기내식도 마다하고 잠만 잤다.

“나는 여행만 가면 화장실 가는 것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에요. 물만 들이켜면 우선 화장실을 가야 한다니까. 고속버스를 타면 도착할 때까지 물 한 방울 못 마셔. 나도 여행 다니면서 아가씨처럼 잠 좀 푹 자봤으면 좋겠네. 소변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게 한 두 번이 아니야. 아랫배는 얼마나 불쾌하고 무지근한지. 아주 돌덩이를 하나 안고 다니는 거 같아.”

아주머니는 다름 아닌 과민성 방광이란 여성의 대표적 고질병으로 고생하고 계셨다. 과민성 방광은 의외로 많다. 발병 빈도로만 따지면 당뇨병이나 관절염보다도 많을 정도다.

2시간 간격으로 소변이 마렵고 과일, 주스, 물 등을 섭취하면 바로 마려움을 느끼거나 참지를 못해 하던 일을 중지하고 화장실로 달려가야 한다.

이렇게 소변이 급한 것을 요절박이라고 하고, 급해서 지려 버리는 것을 절박성 요실금이라 한다. 이 두 가지 증상은 과민성 방광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과민성 방광의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학자들은 소변을 저장하는 방광 근육의 안정성이 떨어지면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본다.

이런 과민성 방광은 꾸준히 약물 치료를 하면 좋아질 수 있다. 약에 반응을 잘 안 하거나 부작용으로 약을 쓸 수 없는 경우 방광을 조절하는 신경의 하나인 천수 신경에 실같이 가느다란 신경 자극 조절기를 간단히 삽입해 신경 전도를 조절함으로써 좋은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나이 드신 어르신 중에도 요실금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나이 들어 화장실에 자주 가고 소변 잘 못 참아 지리는 것은 노화 현상의 하나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젠 하루에 알약 하나로, 또는 몸 안에 전극을 심어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시대다.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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