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류지영]IT영재학교 설립 빠를수록 좋다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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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에서 배운 건 엑셀과 한글 프로그램 사용법이 전부입니다.”

4월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시에서 열린 국제대학생 프로그래밍대회(ICPC) 본선에 한국대표로 출전했던 대학생의 말이다. 올해로 30회를 맞은 ICPC는 미국 컴퓨터학회(ACM)가 IBM의 후원을 받아 매년 개최하는데 이번 대회는 세계 84개국 1733개 대학에서 5600여 개 팀이 참가해 지역예선을 통과한 83개 팀만이 본선에서 실력을 겨뤘다.

한국은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정보통신대(ICU) 등 3개 팀이 결승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순위권에는 들지 못했다. 국내에선 이 대회가 다소 생소하지만 중국의 한 대학에서는 학교대표팀 선발을 위해 100여 개 팀이 맞붙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고 한다.

실제로 중국은 소프트웨어 등 정보기술(IT)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 수가 웬만한 나라의 전체 대학생 수를 넘어서고 있고, 중고등학교에서부터 이 분야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브루클린 과학고는 모든 학생에게 컴퓨터 언어를 교육하되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컴퓨터 언어나 컴퓨터 그래픽, 컴퓨터 팀 프로젝트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또 싱가포르 정보올림피아드에서 단체우승과 수많은 개인 입상자를 낸 한 학교는 2004년부터 IT(Information Technology)과목을 또 다른 IT(Infocomm Technology)라는 교과목으로 바꾸고 교육 내용도 새롭게 전면 개편했는데 기존 IT산업 외에도 전기통신, 무선통신기술, 인터넷, 브로드캐스트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이처럼 많은 국가가 IT 인재 양성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IT산업이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하는 기술집약적인 산업이기에 인재 양성에 IT산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초중학교부터 정보과학 영재를 위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올해 5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영재교육을 받고 있는 초중고교생 전체 3만1392명 중 정보과학 분야의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 수는 2566명으로 과학영재 1만3731명과 수학영재 1만2310명에 비해 약 10%에 불과하다. 또 과학영재들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에 진학해 더욱 심화된 학습을 하는 반면, 정보영재들은 특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경우 2009년에서야 정보영재고등학교를 설립한다는 정부의 계획은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실제 2003년에 개교한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올해 첫 졸업생을 모두 국내외 명문대에 진학시켰는데 이는 과학영재들을 조기에 발굴해 교육을 성실히 수행한 결과로 평가된다.

과학분야에서는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유기적으로 협조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정작 미래 국가 핵심산업이며 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 IT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는 인색한 모습이다. IT산업을 제패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IT산업이 국가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IT영재학교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계획을 앞당겨 추진해야 한다.

류지영 한국정보통신대 IT영재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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