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존재 및 논문 조작 전말

  • 입력 2006년 5월 12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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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은 김선종(34) 전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이 혼자 저지른 줄기세포 '섞어심기'와 황우석(黃禹錫) 전 서울대 교수가 지시한 논문 조작이 결합해 빚어진 '사기극'이라는 게 검찰의 수사 결론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과학 분야의 성수대교 붕괴사건'이라고 비유했다.

▽김 연구원의 섞어심기=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근거인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11개를 배양한 것처럼 조작한 사람은 김 연구원이었다. 검찰은 황 전 교수는 이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섞어심기'란 줄기세포 배양 직전 단계인 배반포 덩어리에 수정란 줄기세포 덩어리를 섞는 방법이다. 황 전 교수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김 연구원이 수정란 줄기세포와 배반포를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했으나 12월 말 김 연구원에 대한 수사를 요청할 때는 '섞어심기'란 개념을 주장했다.

황 전 교수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은 상당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

김 연구원은 2004년 10월부터 2005년 4월까지 서울대 연구실로 몰래 가져간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를 서울대 연구팀이 만든 배반포 세포 덩어리에 섞어심기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배양한 것처럼 속였다.

황 전 교수는 2004년 10월 5일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배양되지 않은 것을 보고 "어떻게 하느냐, 큰 일이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 말을 듣자 곧바로 미즈메디병원으로 가서 영양세포 접시에 수정란 줄기세포 덩어리를 숨겨서 가지고 나왔다. 이어 서울대 연구실에서 배반포 세포덩어리에 수정란 줄기세포 덩어리를 1차로 섞어심었다. 1차 섞어심기는 우발적이고 충동적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후 줄기세포가 자라나자 서울대 연구실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며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황 전 교수 등이 섞어심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데다 황 전 교수가 줄기세포 추가 확립을 재촉하자 김 연구원은 계속해 섞어심기를 시도했다.

검찰은 섞어 심기의 배경에 대해 김 연구원이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해야 한다는 심리적 중압감에 시달렸고 △학자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며 △가족의 기대를 충족해야 했고 △연구 윤리의식이 결여돼 있었다고 밝혔다.

▽황 교수의 논문 조작 진두지휘=검찰은 "황 전 교수가 논문 조작을 총괄 지시했다"고 밝혔다. 황 전 교수는 데이터를 직접 조작하거나 연구원들에게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황 전 교수는 2004년 논문의 근거인 1번 줄기세포의 유전자(DNA) 지문분석 과정에서 줄기세포에서 DNA를 추출하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자 체세포 시료를 둘로 나눠 분석을 의뢰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한 세포에서 줄기세포 DNA와 체세포 DNA가 채취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지문이 일치할 수 밖에 없었다.

2005년 논문과 관련해 황 전 교수는 논문을 투고했던 2005년 3월 15일 당시 배양된 줄기세포가 2개(2, 3번) 밖에 없었지만 11개(2~12번)가 만들어진 것처럼 조작했다.

당시 2, 3번 줄기세포도 가짜였으나 황 전 교수는 진짜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MBC PD수첩팀에게 샘플을 넘겨준 주기 전인 지난해 10월 중하순경에 줄기세포가 가짜일 가능성을 의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황 전 교수는 DNA 지문분석 등 각종 검증 실험 결과를 조작하도록 강성근(姜成根) 서울대 수의대 교수와 김 연구원 등에게 지시했다.

황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줄기세포 2개는 확립됐다고 믿고 있었으며 다른 나라에 앞서 논문을 제출해 특허권을 따려는 욕심이 앞서 논문을 조작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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