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교수 “줄기세포는 한국기술… 확인될 것”

  • 입력 2005년 12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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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황우석 교수.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월 20일 귀국할 때만 해도 ‘한국의 희망’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왼쪽) 7개월 만에 논문조작이 확인돼 교수직을 떠나게 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장원재 기자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황우석 교수.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월 20일 귀국할 때만 해도 ‘한국의 희망’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왼쪽) 7개월 만에 논문조작이 확인돼 교수직을 떠나게 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장원재 기자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는 23일 ‘국민의 영웅’에서 ‘조작극 주범’으로 순식간에 추락했다. 이에 따라 황 교수는 여전히 세계에서 유일한 ‘원천기술’ 보유를 주장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향후 거취=황 교수는 이날 오전 측근들과 만난 뒤 서울대 수의대에 들러 연구원과 수의대 관계자를 면담했다. 그는 면담 직후 서울대 수의대 정문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황 교수는 “(국민 여러분께)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실망을 안겨 드린 데 대해 만분지일이라도 사죄하는 심정으로 지금 이 순간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흐느낌이 섞인 목소리로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국민 여러분께서 반드시 이를 확인하실 것이다”고 말했다. 황 교수팀 대학원생 20여 명은 황 교수 뒤편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황 교수는 교수직을 사퇴하려고 해도 사퇴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서울대는 ‘공무원의 의원면직처리 제한 규정’에 따라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끝날 때까지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서울대는 조사위의 결론에 따라 사퇴서를 수리하지 않고 황 교수를 파면할 수도 있다. 황 교수는 허위 논문과 관련해 파면된 국내 첫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외국의 경우 논문 조작이 밝혀지면 교수직을 파면하고 연구비를 회수하는 중징계가 이뤄진다. 황 교수도 연구비를 회수당할 수 있다. 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황 교수는 상당 기간 이 사건으로 시달릴 게 뻔하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황 교수를 지지하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으나 현 상황으로는 ‘백의종군’조차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장파 교수들과 생명윤리 관계자, 종교계에서도 황 교수를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웅에서 조작범으로=1986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된 황 교수는 1999년 2월 국내 최초로 체세포 복제 젖소 ‘영롱이’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같은 해 3월 복제 한우 ‘진이’를 탄생시켜 동물 복제 분야의 권위자가 됐다.

그는 2004년 2월 사람 체세포를 난자에 이식해 만든 복제 배아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정부는 이 공로로 황 교수에게 과학기술인 최고 훈장인 ‘창조장’을 수여했다.

2005년 5월 황 교수는 척수마비와 파킨슨병, 선천성 면역결핍증을 앓고 있는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발표해 세계를 흥분시켰다. 그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줄기세포 허브’를 출범시켰다.

황 교수는 올해 8월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켜 명성을 더해 갔다.

하지만 서울대 조사위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로 황 교수는 국내 과학계에 먹칠을 한 파렴치한 조작극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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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黃사단도 난파▼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3일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이 조작됐다고 발표하고 황 교수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황우석 사단’은 선장을 잃은 배가 됐다.

황우석 사단이랄 수 있는 30여 명의 교수와 연구원은 배아줄기세포 연구팀, 동물복제 연구팀, 바이오이종장기이식 연구팀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팀장은 강성근(姜成根) 교수. 그는 모든 실험과 데이터 정리를 책임지고 수행했다.

이 연구팀에는 황 교수가 16일 기자회견 당시 배아줄기세포의 배양 과정을 마지막까지 확인했다고 말한 권대기(27) 팀장 등이 소속돼 있다. 권 팀장 등은 난자에 체세포를 이식해 배반포 단계까지 만들어 줄기세포를 수립하는 임무를 맡았다. 난자 제공과 관련된 미국 피츠버그대 박을순(29) 연구원과 줄기세포 배양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미즈메디병원 연구소 출신인 김선종(34) 연구원도 줄기세포팀이었다.

서울대 조사위에 따르면 배아줄기세포 연구팀은 사이언스지 2005년 논문에 나타난 배아줄기세포 11개를 모두 만들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나 이번 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기능이 사실상 정지됐다.

이병천(李柄千) 교수가 주도한 동물복제 연구팀도 연구 차질이 불가피하다. 서울대 조사위뿐만 아니라 네이처지도 세계 최초의 복제 개인 스너피의 진위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스너피 연구팀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안규리(安圭里)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가 주도한 바이오이종장기이식 연구팀도 운영이 힘들어졌다. 이 팀은 무균돼지를 만들었다. 이 팀이 만든 무균돼지도 DNA 검사를 통해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안 교수는 사실상 황 교수팀과 결별한 것으로 알려져 이 팀의 운영도 힘들어졌다.

조사위는 “연구진의 논문 조작 가담 정도에 따라 징계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황우석 사단’ 가운데 일부는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황 교수팀이 ‘혼수상태’에 빠짐에 따라 서울대의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중단됐다. 만일 황 교수가 주장한 대로 ‘원천기술’이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황우석 사단’은 일부라도 회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전부 해체될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 강금실 前법무-김영란 대법관과 경기여고 동기▼

23일 오전 황우석 교수의 올해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됐다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발표를 맡은 노정혜(盧貞惠·48·사진) 서울대 연구처장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노 처장은 16일 “황 교수가 허위라고 시인하더라도 조사위원회는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결연한 입장을 밝힌 첫 기자회견 이후 젊은 과학자들과 시민들로부터 “똑똑하고 야무지다”는 평을 들었다.

그는 1975년 서울대 미생물학과에 들어가 1979년 자연대를 수석 졸업했다. 1984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분자미생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86년 모교 자연대 교수가 됐다. 노 처장이 공부한 위스콘신대는 1998년 인간 배아줄기세포가 세계 처음으로 추출된 곳. 당시 이 대학의 제임스 톰슨 씨는 생명공학업체 제론사의 후원금을 받아 폐기처분될 수정란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해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노 처장은 ‘미생물의 스트레스 반응’ 연구로 과학기술우수논문상과 로레알여성생명과학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8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서울대 대학본부의 주요 처장으로 임명됐다.

노 처장은 경기여고 63회로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부 장관, 조배숙(趙培淑) 열린우리당 의원, 김영란(金英蘭) 대법관과 동기다. 고교 시절 노 처장은 이과에서 1, 2등을 다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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