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논란]黃교수는 ‘정치권 마당발’

  • 입력 2005년 12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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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왼쪽)가 19일 수의대 건물 내에서 연구논문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뒤 4층 로비를 걷고 있다. 김미옥 기자
황우석 교수(왼쪽)가 19일 수의대 건물 내에서 연구논문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뒤 4층 로비를 걷고 있다. 김미옥 기자
줄기세포 조작 논란에 휩싸인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는 정치권에 광범위한 인맥을 갖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과 여야의 차기 대권주자, 국회의원 등 웬만한 정치인치고 황 교수와 인연이 닿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다.

1999년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킬 때만 해도 제대로 된 막사 한 동 없는 열악한 시설에서 연구를 해 오던 황 교수가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자 대우를 받으며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들 인맥의 도움이 컸다. 황 교수는 6월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제1호 최고과학자’로 뽑혀 매년 30억 원의 연구비 등 정부 차원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부터 황 교수의 지원에 열성적이었다. 이 총리는 5월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에 다닐 때 나는 데모에 열정적이었는데 황 교수는 연구에 열정적이었다”며 “대전고 출신인 황 교수는 내가 대전고 친구들과 데모를 하러 다니니까 동문인 줄 알고 찾아와 친해졌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8월 총리 공관에 서울대 문리대 72학번 동문들을 초청했을 때에는 수의대 출신인 황 교수를 특별히 초청해 “한국의 먹을거리를 책임질 세계적인 과학자다. 정부가 적극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도 황 교수와 관계가 돈독하다. 정 장관은 초선 의원으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던 1996년에 황 교수를 만나자마자 “황우석 노벨상 후원회를 만들자”는 말을 할 정도로 의기투합했다. 정 장관의 표현을 빌리면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

정 장관은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인 2004년 2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황 교수 연봉이 5000만 원도 안 된다”며 획기적 처우 개선을 주장했다. 정 의장이 4·15총선 사흘 전 ‘노인 폄훼’ 발언으로 ‘사과 단식’에 들어갔을 때 황 교수는 정 의장을 전격 방문해 1시간 넘게 위로하고 돌아갔다.

황 교수는 2004년 2월부터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 박기영(朴基榮)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과 매달 친목 모임을 가져 왔다. 이 모임은 이들 4인의 성(姓)을 발음하면 ‘황금박쥐’와 비슷하다고 해서 황금박쥐 모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진 장관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2001년 국가기술자문위원회에서 황 교수를 처음 만났다”며 “박 보좌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엔 함께 만났고, 나중에 김 실장이 합류했으나 최근에는 출장 등으로 다들 바빠서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통부 우정사업본부가 황 교수의 성과를 기념하는 특별우표를 발행한 데 대해 “당시에는 황 교수가 ‘신(神)’이었고 그의 연구가 잘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식물분자생물학자인 박 보좌관은 2001년부터 황 교수와 알게 됐다고 한다.

황 교수는 야당 인사들과도 친분이 깊다.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는 황 교수와 오랜 교분을 이어 오면서 경기 수원시에 259억 원 규모의 ‘황우석 바이오장기연구센터’를 설립해 적극 지원에 나섰다. 황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동생인 지만(志晩) 씨 결혼식에 참석한 일이 있고, 김덕룡(金德龍) 의원에게 100만 원의 후원금을 낸 일도 있다.

황 교수의 대전고 후배인 열린우리당 권선택(權善宅) 의원은 최근 국회의원 40여 명과 함께 ‘황우석 박사를 후원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국민중심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도 황 교수와 가깝게 지낸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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