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속에 금성이…” 122년만의 우주쇼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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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년 만에 금성이 태양면을 통과하는 우주쇼가 8일 펼쳐진다.

‘금성 태양면 통과’라는 이 현상은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처럼 금성이 태양 일부를 가리는 ‘미니일식’이다.

보통 일식은 달이 태양을 전부 가릴 수 있기 때문에 장관인 반면, 금성이 벌이는 미니일식은 태양면에 까만 점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하지만 18년에 1번씩 일어나는 일식에 비해 금성의 우주쇼는 100여년에 2번만 일어날 만큼 진귀하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올해 초부터 이번 우주쇼를 맞아 각종 행사를 준비했고 관측에 필요한 태양 필터가 불티나게 팔렸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NASA TV(www.nasa.gov/ntv)를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보현산 천문대, 서울대, 충북대 등에 태양 전용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김용기 교수는 “이번 우주쇼를 계기로 2대의 태양 전용 망원경과 2종류의 태양 필터를 구입했다”며 “망원경에 연결된 컴퓨터 화면에서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충북대 천문우주학과(043-261-2312)는 이번 관측행사를 일반인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우주쇼는 금성이 8일 오후 2시13분 태양면에 진입하면서 시작돼 오후 8시25분까지 6시간 넘게 계속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후 7시52분에 해가 져 전 과정을 볼 수 없다. 태양은 낮에 빛이 너무 강해 직접 보면 실명할 위험이 있다. 태양 필터를 장착한 망원경을 통하거나 해지기 30분 전쯤 햇빛이 약해졌을 때 맨눈 관측이 가능하다. 오후 7시20분 이후 태양을 잘 살펴본다면 맨눈으로도 작은 점 하나를 찾을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지상망원경뿐 아니라 3대의 태양 우주망원경을 동원해 이번 현상을 관찰할 예정이다. 금성이 태양면을 통과하는 과정을 관측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외계 행성 탐색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 현재까지 발견된 120여개의 외계 행성 탐색에는 별에 미치는 중력 영향을 감지하는 방법이 적용됐다. 하지만 2007년 NASA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태양 같은 별들을 모니터해 지구형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변하는 밝기를 직접 관측할 계획이다.

가장 최근의 금성 태양면 통과 현상은 122년 전인 1882년 12월 6일에 벌어졌다. 17세기 초 요하네스 케플러가 태양계 운동을 계산하면서 처음 1631년의 금성 우주쇼를 예측했고 첫 관측 기록은 8년 후인 1639년에 이뤄졌다.

흥미롭게도 금성의 우주쇼는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재는 데 기여했다. 케플러뿐 아니라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가 그 해법을 제시했다. 지구의 서로 다른 곳에서 금성이 태양 표면을 지나는 지점을 관측할 때 생기는 각도의 차이로 지구에서 금성까지의 거리를 구하고 이를 이용해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실제 미 해군천문대 과학자들이 1882년의 금성 일면 통과 현상을 통해 진짜 거리의 99.9%에 해당하는 값을 얻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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