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과학의 앞날은…]한국, 의료용 돼지 복제 전망밝다

  • 입력 2003년 10월 7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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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의 화려한 시대는 저무는가. 지난달 25일 프랑스에서 실험용 쥐(rat)가 복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세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1996년 돌리 탄생 이후 현재까지 복제된 동물은 모두 10종. 이제 많이 익숙해진 까닭에 복제는 더 이상 관심을 못 끄는 분위기다. 하지만 조만간 획기적인 소식이 들릴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기초연구 단계를 넘어, 의료용이나 애완용 등 생활에 요긴하게 활용될 복제 생명체가 탄생한다. 그리고 한국이 그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 현 단계 과학자들이 가장 골몰하고 있는 테마는 돼지, 인간, 개, 그리고 멸종동물 4가지로 압축된다.》

세계 과학자들이 복제하고 싶은 동물후보 1순위는 무엇일까.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장기이식용 돼지’라고 단언한다. 인체 장기와 유사한 크기와 기능을 지닌 돼지를 대량으로 복제한다면 이식할 장기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자격조건이 까다롭다. 인체에 이식했을 때 면역거부반응이 없어야 하고,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제거해야 한다. 또 사람 체중에 가까운 60∼80kg의 미니돼지가 필요하다.

지난해 1월 영국의 PPL 세러퓨틱스사와 미국 미주리대 연구진은 각각 면역거부반응이 없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복제돼지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둘 다 바이러스를 제거하지는 못했다. 더욱이 영국산 돼지는 300kg에 달하는 보통 돼지 세포를 이용한 점이 한계였다.

현재 완벽한 자격조건의 세포를 보유한 곳은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시카고대 의대다. 이 세포를 미리 핵이 제거된 난자와 융합시켜 복제하면, 진정한 장기이식용 돼지가 탄생할 수 있다.

황 교수는 “한국에서 이 세포를 얻어 복제를 시도 중이며 내년에는 비비 원숭이에게 장기 이식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세계 환자들이 한국에 몰려올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돼지 못지않은 의학적 관심 대상은 바로 인간이다. 그러나 복제인간을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환자의 세포로 복제배아를 생산해 줄기세포(stem cell)를 확보하려는 시도다. 줄기세포는 몸의 각종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근원세포. 백혈병, 치매를 비롯한 각종 난치병을 치유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배아 역시 생명체라는 지적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학계에서도 논쟁이 치열하다. 올 4월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새튼 박사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를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요지의 논문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기고했다. 벵골 원숭이를 복제하려 했지만, 웬일인지 배아가 분열할 때 염색체가 비정상적으로 나눠져 실험에 실패했다.

새튼 박사는 “줄기세포를 얻으려는 인간배아복제 역시 성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미국 복제전문회사인 ACT의 로버트 랜저 부사장은 ‘사이언스’에서 “새튼의 결론은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 교수는 “세계적 전문지에서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은 인간세포를 이용한 복제실험이 이미 수행되고 있음을 암시한다”며 “한국의 연구동향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애완견 역시 최우선 후보로 꼽힌다. 황 교수는 “애완견이 사망할 경우를 대비한 복제 요청이 은근히 쇄도하고 있다”며 “개는 난자의 생존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험에 번번이 실패했지만 조만간 성공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멸종동물도 주요 관심 대상이다. 7월 일본 연구진은 러시아로부터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매머드 다리 조직을 넘겨받았다. 여기서 유전자를 추출해 복제 매머드를 탄생시키려는 계획이다. 핵이 제거된 난자를 제공하고, 대리모 역할도 맡는 주인공은 코끼리다. 만일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복제에서 종(種)간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점이 과학자들의 주요 관심사다. 한국에서는 백두산호랑이 복제실험이 진행 중이지만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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