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까지 腦 활동 '쌩쌩'…'선택적 기억' 기억력감퇴 보완

  • 입력 2003년 3월 16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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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두뇌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노인들이 컴퓨터교육을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노인의 두뇌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노인들이 컴퓨터교육을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조기 퇴직과 젊은 대통령의 등장에 이은 세대 교체 바람으로 장년층과 노인들의 상실감이 깊어지고 있다. 과연 노년층이 일손을 놓고 물러나는 것이 좋을까? 대답은 ‘노’이다.

과학권위지 ‘사이언스’는 29일자 ‘노인의 지혜’ 특집에서 노인이 되면 두뇌 활동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과거의 생각은 수정돼야 하며 오히려 ‘사회적 지혜’ 등 여러 영역에서는 젊은이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보도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도 뇌의 신경세포(뇌세포)는 그렇게 많이 줄어들지 않으며 어른이 된 뒤에도 새로운 신경세포가 계속 싹튼다. 미국립노화연구소(NIA) 노화신경심리학 프로그램 책임자 몰리 왝스터 박사는 “노인의 정신 활동에 대해 5∼10년 전보다 훨씬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견해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워지고 기억력과 뇌의 정보처리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인이 앞서는 영역도 있다. 우선 사람의 성격을 빨리 간파한다. 예를 들어 상대가 정직한 사람인지를 젊은이보다 쉽게 파악한다. 사회적 지혜, 즉 살아가면서 맞부닥치는 문제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는 능력도 노인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여고생이 가출해 결혼하려는 경우 부모보다는 할머니가 상담하는 게 낫다.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고 사람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도 노인이 젊은이를 앞선다. 또한 언어능력은 80대까지도 거의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억력은 20대 중반부터 90세가 될 때까지 점진적으로 줄어든다. 흔히 60대가 돼서 기억력이 뚝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젊었을 때는 점진적인 기억력 감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인은 기억력 감퇴를 ‘선택적 기억’으로 보충한다. 실험 결과 하찮은 정보에 대한 기억력은 젊은이가 뛰어나지만, 결정적 정보에 대한 기억력은 노인이 젊은이와 거의 똑같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토머스 헤스 교수는 “젊은 사람은 활용할 수 있는 정신적 자원을 많이 갖고 있지만, 자원이 적은 노인은 이를 어디에 쓸 것인지를 선택하게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누가 그 얘기를 했는지 기억하는 ‘출처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들은 농담을 그 사람에게 다시 해 멋쩍어지는 경우가 노인에게는 의외로 많다. 하지만 농담 그 자체를 기억하는 능력은 노인도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노인의 또 다른 강점은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긍정적인 순간을 더 기억한다는 점이다. 또 주변 사람과 정서적 관계를 깊게 하고 인생을 맛보려 한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으로서는 현재 이 순간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으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반면 젊은이는 미래를 열려 있는 것으로 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집중한다. 멋진 관광지를 소개하는 광고를 한다고 할 때 젊은 사람에게는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자”는 말이 잘 먹히지만 노인에게는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세요”라고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노인은 실제보다 자기 자신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노인이 이렇게 느끼는 것은 자신보다 더 몸이 아픈 사람이나 이미 죽은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기 자신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사안을 너무 긍정적으로만 본 나머지 심각한 문제를 간과하는 경우가 노인에게는 종종 생긴다. 또한 치매나 뇌중풍을 앓게 되면 두뇌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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