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바다가재, 지구자기장 이용 '나침반 능력'

  • 입력 2003년 1월 7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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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재는 지구자기장을 이용해 집을 찾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제공 노스캐롤라이나대
바다가재는 지구자기장을 이용해 집을 찾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제공 노스캐롤라이나대
바다가재가 비둘기처럼 자연 나침반을 이용해 길을 찾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래리 볼즈, 케니스 로만 박사 연구팀은 카리브해에서 사는 바다가재가 수십㎞ 떨어진 곳에서도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집을 찾아갈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제까지 비둘기나 철새, 어류, 파충류 등의 척추동물에서 이와 같은 사례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바다가재와 같은 무척추동물에서 같은 능력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리브해와 멕시코만 근해에서 서식하는 바다가재는 철새처럼 계절에 따라 200㎞나 이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 낮에는 산호초 틈의 서식지에서 지내다가 밤이면 먹이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한 뒤 해가 뜨기 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볼즈 박사팀은 바다가재를 밖이 보이지 않는 컨테이너에 넣어 채집한 곳에서 12∼37㎞ 이동시켰다. 그러나 바다가재는 바다 밑바닥을 기어 처음 잡혔던 곳으로 정확하게 이동했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표지를 길잡이로 이용함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 표지가 지구자기장임을 증명하기 위해 바다가재를 이동시킨 뒤 채집장소에서 북쪽과 남쪽으로 각각 400㎞ 떨어진 지점의 자기장을 인위적으로 걸어주었다. 실험 결과 채집장소 북쪽의 자기장에 노출된 바다가재는 남남서로, 남쪽의 자기장에서는 거의 북쪽으로 이동해 지구 자기장이 바다가재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들이 몸 안의 나침반을 이용해 길을 찾는다는 주장은 19세기 중반 처음 제기됐으며 입증된 것은 1970년 무렵 비둘기에게서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이 발견되면서부터다. 그러나 아직까지 동물들이 자연 나침반을 사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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