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사진으로 통해요” 네티즌 新대화법

  • 입력 2002년 9월 24일 17시 38분



회사원 김승구씨(33·서울 강남구 수서동)는 평소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그림’이 될 만하면 셔터를 눌러댄다. 잘 나온 사진은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 올려놓고 주위 사람에게 공개한다. 사진실력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말이나 글이 아닌, 본 것을 그대로 퍼다가 상대방에게 다시 보여주는 의사소통 방식이 습관이 된것.

김씨가 ‘디카’를 구입한 것은 지난해 9월. 매주 평균 400여장씩, 그동안 모두 2만여장의 사진을 찍었다.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였으면 현상·인화료로 300여만원을 지출했을 분량이다.

▽사진으로 말하자〓디지털카메라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이처럼 사진을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는 이에 따라 글 대신 올리는 사진이 넘쳐나고 있다. 업체들은 게시판에 사진첨부 기능을 강화하는 등 변화하는 의사소통 방식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카페 ‘스키와 래프팅’(cafe.daum.net/ras)의 인기 메뉴는 ‘사진앨범’. 수시로 열리는 강습과 모임에서 있었던 일을 기존 ‘모임 후기’형식으로 정리하지 않고 장면 하나하나를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올린다. 행사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듣는’게 아니라 ‘전해 보는’ 형식으로 바뀐 것.

▽내 사진을 올리자〓프리챌의 커뮤니티 ‘사진을 올려라’(www.freechal.com/pkpj). 회원 1만5600명인 이 동호회에서는 10, 20대 초반의 네티즌이 주로 PC카메라로 찍은 얼굴 사진 2000여장을 올려놓고 있다. 수시로 콘테스트를 열어 ‘킹카’와 ‘퀸카’도 가린다. 남의 사진에 대해서는 ‘품평’도 잊지 않는다.

야후코리아(www.yahoo.coo.kr)의 ‘야후! 사진 서비스’에서는 자신의 사진을 남이나 친구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사진을 e카드로 만들어 메일로 보낼 수도 있다.

▽모바일 인터넷에도 사진이?〓디지털 카메라 기능이 포함된 휴대전화가 나오면서 인터넷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인터넷에서도 ‘사진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날 전망.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텍 등이 최근 내놓은 휴대전화는 줌기능과 렌즈 회전기능을 갖고 있으며 값도 기존 휴대전화와 큰 차이 없는 40만원대여서 문자메시지 대신 ‘사진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테크노마트측은 “최근 들어 ‘인터넷-냉장고’ ‘VTR-DVD’ 등 퓨전제품을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디지털 캠코더, 휴대전화 등 카메라 기능이 포함된 제품에 대한 수요가 특히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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