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용 돼지 세계 첫 복제

  • 입력 2002년 1월 3일 17시 58분



한국 과학자 3명이 포함된 한미 공동연구팀이 인체 장기이식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를 복제하는 데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로써 동물의 심장이나 간 등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이종(異種)간 장기이식’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미국 미주리대와 바이오벤처기업인 이머지 바이오 세러퓨틱스 연구진은 과학권위지 ‘사이언스’ 4일자에 인체에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 돼지 4마리를 지난해 9, 10월 탄생시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는 강원대 수의학과 정희태 교수(사진), 축산기술연구소 임기순 박사, 미주리대 연구원 박광욱 박사가 참여했다. 국내 연구진은 돼지 복제를 맡았고 미국 연구진은 거부반응 유전자의 제거를 담당했다.

돼지는 사람의 장기와 크기 및 모양이 비슷해 사람에게 장기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동물로 꼽혀 왔다.

연구팀(책임자 미주리대 랜들 프래더 교수)은 유산된 돼지 태아의 근육세포에서 핵을 추출해 핵에서 인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효소의 유전자를 제거했다. 이어 이 세포를 핵을 미리 제거한 난자와 융합시켜 배아를 만들고 이를 대리모 돼지의 난관에 이식해 복제 돼지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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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인체 거부반응 유전자를 제거한 체세포를 복제하는 것이 보통 체세포를 복제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며 “이 연구로 인체 거부반응 유전자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것이 가능하고 이 유전자가 없는 돼지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에 이종간 장기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말했다.

이종간 장기이식의 또 다른 걸림돌은 이식 과정에서 동물의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실험실에서 이 복제 돼지의 세포가 인체 세포에 돼지 레트로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지 조사한 결과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임 박사는 “이종간에 장기를 이식해도 안전한지 빈틈없이 확인해 인체 이식을 하려면 앞으로 5∼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 스코틀랜드의 생명공학회사 PPL 세러퓨틱스도 지난해 12월 인간에게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돼지 5마리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발표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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