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서스테크놀러지 오종훈 대표 "DDC칩 앰프 세계시장 제패할것"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45분


“80년대 정상에 올랐던 우리나라 오디오제품이 다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게 꿈입니다.”

포항공대 물리학과 오종훈(吳宗勳·42)교수. 또 하나의 직함은 디지털앰프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펄서스테크놀러지(02―3461―8321) 대표이사다.

펄서스테크놀러지는 최근 주문형반도체 ‘DDC(Digital―to―Digital Converter)칩’의 양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 주목을 받고 있다. DDC칩은 CD나 DVD에 기록된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지 않고 디지털 상태에서 증폭하는 디지털앰프의 핵심 부품.

아날로그 앰프가 신호 증폭과정에서 50%이상의 전력을 열로 소모해 효율이 낮고 잡음이 나는데 비해 DDC 칩을 사용한 앰프는 효율이 높아 건전지로도 대출력앰프를 작동시킬 수 있고 음의 완벽한 재생을 가능케 한다고.

소형화에도 유리해 명함크기 앰프로도 대형오디오급인 100와트의 출력을 낼 수 있다.

물리학과 교수로 신경망연구 전공인 오교수가 엉뚱한 앰프개발에 나선 이유는 뭘까. “고등학교 때부터 오디오가 좋아서 혼자 앰프를 조립하곤 했어요. 미국유학중이던 30대 때는 직접 스피커를 설계해 제작하기도 했죠.” 개인적인 취미가 사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DDC기술은 덴마크의 작은 벤처기업이 98년말 처음 발표한 것. 하지만 그 기업이 전문가용 하이엔드오디오(고성능 오디오)에 기술을 적용하려 한다는 보도를 본 오교수는 혀를 찼다.

“저런 기술은 대중화해서 일반 오디오에 써먹어야 하는데…”하는 생각. 주변의 인력만으로도 충분히 개발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서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변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4월 자본금 5000만원짜리 회사를 세웠습니다. 지난해말 기술개발을 마치고 덴마크 기업보다 먼저 시제품을 내놨죠. 이번에 세계 최초로 한달에 10만개이상 생산할 수 있는 양산체제를 갖췄습니다.”

내년에는 개당 10달러정도의 가격으로 100만개 이상을 수출, 1위 기업으로 세계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 내년매출 120억원, 2003년에는 7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DVD등을 이용한 ‘홈 씨어터’ 시장의 확대 등 도약의 시점도 지금이 최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벤처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9월 25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직원 17명.

JBL, 마크레빈슨 등 30개 오디오브랜드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의 오디오생산업체 ‘하만 인터내셔널’(미국), 일본의 ‘마란쯔’ ‘데논’ 등 세계 굴지의 오디오 업체들이 이 회사 샘플을 받아 테스트중이다. 국내 몇몇 전자업체는 이미 이 회사 칩을 채택한 제품 개발에 착수, 내년초에 시판할 예정이다.

교수가 수업 제쳐두고 사업한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벤처기업 하는 교수는 학교월급을 줄이고 기업에서 그만큼 월급을 받으면 되는 겁니다. 대학은 여유자금으로 교수를 더 채용하고 교수는 사회에 기여해서 좋은 것 아닙니까. ‘윈윈 게임’을 두고 왜 어렵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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