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덕만 보던 환경벤처들 "이젠 기술개발이다"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35분


‘규제에 의존하던 사업을 버리고 핵심기술을 개발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에 의존하던 환경벤처기업들이 핵심기술 개발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오존발생기를 개발 중인 ㈜오조네이쳐는 27일 중국 기업과 현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하고 새우양식장 바이러스와 농작물 병충해 방제용 장비 400억원어치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중국시장 진출을 계기로 정부의 규제로 매출을 올리던 전통 환경산업체의 이미지를 씻어낸다는 계획.

지난해까지 이 회사는 국내 환경정화시설을 설계하거나 공장의 분진과 가스를 제거하는 공기청정기를 납품하면서 연간 3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려왔다.

올해 1월 오존을 물에 녹여 오폐수를 살균처리하는 장비를 개발한 이 회사는 정부가 발주한 공사 대신 중국과 동남아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새우양식장의 바이러스와 농작물 병충해 박멸을 사업목표로 잡았다.

이 회사 이준상 사장은 “중국은 8000평 이상의 대규모 새우양식장만 해도 20만여 개에 이르고 병충해를 입은 농토도 방대하다”며 “국내 규제에 의존하던 사업 방식을 버리고 핵심기술과 마케팅 능력으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고 말했다.

저전압 폐기물 용융장치를 만들고 있는 ㈜로드테크는 쓰레기 소각장 및 매립장 건설에 따른 지방자치단체간 ‘님비 현상’을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이 회사는 생활쓰레기를 저전압으로 섭씨 1400도에 녹여 산업용 재료로 재활용하는 응용 기술로 이 장치를 만들어내 매출액이 지난해 4억원에서 올해 9월까지 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회사 윤기섭 사장은 “이 장치를 정부의 우수 조달품목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며 “회사가 전국의 소각업체처럼 지자체가 넘겨주는 생활 쓰레기를 소각하는 업체로 남았다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환경산업을 버리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벤처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환경 벤처기업인 에코프론티어는 환경제품 컨설팅 및 환경신용평가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에코프론티어의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4배 이상 증가한 20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 규제에 의존한 사업을 탈피해 기술 개발경쟁에 뛰어들 환경벤처는 급격히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차세대 핵심환경 기술개발에 500억원을 새로 책정했으며 환경기술투자도 올해 298억원에서 823억원으로 크게 늘려 환경벤처기업에 대해 여건을 마련해 준다는 계획이다. 에코프론티어의 정해봉 사장은 “정부의 지원 예산으로 미루어보면 내년에 환경기술 개발에 들어올 민간 투자금은 3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며 “환경벤처기업이 기술로 우열을 가리는 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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