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속의 의학]초능력 노린 돌연변이 실제론 재앙부를 우려

  • 입력 2000년 9월 3일 18시 33분


◇영화 '엑스맨'◇

영화 엑스맨 (X―MAN)은 돌연변이로 인하여 초능력을 갖게된 돌연변이 인간이 ‘보통’ 인간의 편견과 싸우면서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SF영화이다. 과연 돌연변이는 인간에게 초능력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불행히도 그 대답은 그렇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진화는 돌연변이에 의해 변천돼 온 것은 틀림 없다. 진화 중에서 얻은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전해지는 과정은 너무나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인간은 결혼을 통하여 유전자 돌연변이의 확률을 높이고 돌연변이 중 우성인자만이 살아남아 그 다음세대에 유전되어온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열성인자는 도태된다.

인체가 많은 양의 방사능에 노출되면 암 발생이 증가하고 그 자손에게는 기형아가 많이 출생하며 그와 함께 임신중 사산이나 유산의 빈도가 증가한다. 이는 방사능에 의해 유전자의 변이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일종의 돌연변이의 결과이다.

이와같이 검증되지 않은 돌연변이는 인간에게 초능력을 가져다 주기 보다는 재앙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달로 사람의 유전자도 조작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생쥐가 사람 성장호르몬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생쥐에 사람의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주입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효능을 알고 있는 특정유전자는 조작이 가능하다. 기술적으로만 이야기하자면 특정 질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을 만들거나 특수능력을 가진 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체실험은 필수적이다. 생쥐에서 성공한 실험이라 하여도 사람에서도 같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과학은 때로 꿈을 현실로 만들 수도 있지만 이는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얻어지는 작은 결실일 뿐이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의 실험과 가설이 실패와 시행착오로 끝나는 과학의 불확실성은 간과하고 너무 밝은 면만 보려는 욕심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유전자 조작은 생명과학자에게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에 대한 끝없는 선택의 숙제인 셈이다.

김형규(고려대의대 내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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