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왜 생기나]고온다습 고기압 위로 찬 공기 유입

  • 입력 2000년 7월 23일 19시 22분


경기 남부지역에 큰 피해를 몰고 온 이번 비의 성격은 ‘국지성 집중호우’다. 일반적인 장마처럼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좁고 짙은 비구름이 특정 지역에 양동이로 퍼붓듯이 많은 비를 불러오는 것.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용인의 경우 지역마다 강우량의 차이가 커 22일 하루 동안 남사면에 내린 비는 476㎜에 달했지만 수지읍은 123㎜에 그쳤다. 평택도 진위면은 460㎜, 현덕면은 47㎜로 지역별 편차가 엄청났다.

또 시간당 최고 강우량은 용인 93.5㎜, 수원 92.5㎜ 등으로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퍼부었다. 보통 시간당 10∼20㎜만 내려도 장대비라고 부르는 것과 비교할 때 90㎜가 넘는 강수량은 ‘미처 손쓸 사이도 없이’ 수해를 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00㎜ 가량으로 1시간에 연간 강수량의 12분의 1 정도가 쏟아진 셈이다.

이번 호우는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 기류 위쪽으로 북서쪽 대륙에서 형성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매우 좁고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돼 발생했다. 특히 습기가 많고 찬 두 기류가 거의 대등하게 만남에 따라 오랜 시간 비구름이 유지되었고, 이 구름대가 경기 북부에서 남부로 남하하면서 곳에 따라 많은 비를 뿌린 것.

원래 7월 중순경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나면 한반도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무더위가 계속되기 마련인데 올해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되지 못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대륙에서 형성된 찬 기단이 한반도까지 내려와 만나게 된 것이다.

이런 집중호우는 우리나라와 같은 중위도지역에서는 흔한 현상으로 소위 ‘게릴라성 호우’와도 다르다. 게릴라성 호우가 장기간 빠른 속도로 비구름대를 진행시키며 동시다발적으로 넓은 지역에 비를 뿌리는 현상이라면 국지성 집중호우는 두 기단이 만나 전선대가 형성되지만 그 접점이 좁고 두꺼워 전선이 이동하는 지역마다 폭우를 퍼붓는 것.

기상청 관계자는 “이렇게 비구름이 좁고 강할 경우에 발생하는 호우는 지형과도 큰 연관을 가지면서 국지적으로 퍼붓기 때문에 미리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비구름 띠의 길이도 100㎞가 채 안되고 움직임이 불규칙해 지역별 호우 예측은 기껏해야 두세시간 전에 가능하다는 것.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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