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10시 새천년 첫 '개기월식 쇼'

  • 입력 2000년 7월 5일 19시 12분


1997년 한가위에 보았던 개기월식이 2년 10개월만에 다시 찾아온다.

16일 밤10시를 전후해서 동쪽에서 떠오른 보름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다가 갑자기 붉은 색으로 변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날 월식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쯤까지 약 1백10분간 계속된다.

월식은 지구의 그림자가 달 표면에 투영되는 현상이다. 즉 지구를 중심으로 해서 태양-지구-달 순으로 일직선이 됐을 때 일어난다.

이 때문에 월식은 초승이나 그믐에는 일어나지 않고 보름일 때만 일어난다. 하지만 보름달이라고 해서 언제나 월식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달의 궤도가 지구 공전궤도면(황도)에 대해 약 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달의 궤도와 황도가 교차하는 곳에서 보름이 됐을 때만 월식이 생긴다.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일식과 월식은 보름(15일) 간격으로 일어날 때가 많다고 설명한다.

달의 공전 속도는 지구의 공전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때문에 달의 궤도가 황도와 교차하는 부근에서 보름달이 월식이 되면, 이보다 15일 전이나 15일 후의 그믐에도 교차점에서 일식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 16일의 개기월식에서 15일 전인 1일에는 남태평양에서 부분 일식이 일어났다. 또 15일 후인 31일에는 북극해에서 부분 일식을 볼 수 있다.

이번 월식은 국내 어느 곳에서난 전과정을 볼 수 있다.

월식의 서막은 월출 약 5분 뒤인 19시 46분에 반영식으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이때는 일몰(19시 53분) 전이고 달도 지평선상에 있어 월식의 시작을 잘 느낄 수 없다.

진정한 의미에서 월식의 시작은 달의 일부가 지구의 본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20시 57분부터이다. 이 시각부터 달의 동쪽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가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구 그림자에 조금씩 먹히던 달은 22시 2분에 마침내 본그림자 속에 완전히 잠긴다. 개기월식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 달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붉은 보름달로 보인다.

개기월식은 1시간 47분간 계속된다. 23시 49분 개기식이 끝나면서 달의 서쪽지역은 완전히 어둡고 동쪽지역이 다시 조금씩 모습을 보인다.

이후 달은 빠르게 밝아지면서 24시 53분에 다시 둥근 보름달로 돌아온다. 02시 4분까지 반영식이 계속되지만 밝기가 약간 어두워질 뿐 월식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전용훈과학동아기자>sunbijun@donga.com

▼월식 사진을 찍어보자-진행단계 따라 노출 달리해야▼

달은 초보자도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천체다. 천체사진가 박승철씨에 따르면 망원경이 없더라도 카메라 한대만 있으면 월식 촬영을 시도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월식은 달의 고도가 20도 전후여서 개기월식 상태에 있는 붉은 달과 지상의 풍경을 함께 찍을 수 있다.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월식이 진행되는 전 과정을 B셔터를 이용해 1컷의 필름에 연속해 촬영하면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지상의 경치를 넣은 연속 사진을 촬영하려면, 35m필름용 카메라에 28mm나 24mm 렌즈를 써서 가로구도로 찍으면 좋다.

노출시간은 월식의 진행과정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표>참조.

필름은 ISO100 컬러필름을 쓰면 좋다. 달은 약 2분만에 자신의 지름만큼 하늘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촬영간격은 5∼10분 정도면 적당하다.

▼월식때 달은 왜 붉을까-지구에 굴절된 태양빛 달 비춰▼

개기월식 때는 한순간 신비한 현상이 나타난다.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점점 사라져가던 달이 갑자기 붉은 보름달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일식과 월식의 큰 차이다. 일식 때의 태양은 달에 가려져 완전히 사라진다. 월식 때의 달도 처음에는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점점 사라져간다. 그러나 개기월식 직전에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눈썹 모양으로 달의 끄트머리만 보이던 달이 개기월식이 되면서 갑자기 다시 보름달로 나타난다. 또한 달을 잘 보면 붉은 색을 띠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이유는 개기월식 중에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져 있으면서도 미약하나마 태양빛을 받기 때문이다. 태양광선은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돼 일부가 달에 닿는다. 또한 지구대기를 통과할 때 파장이 짧은 푸른색 빛은 대부분 산란되는 반면, 파장이 긴 붉은색 빛은 대기권을 통과해간다. 결국 붉은 색이 포함된 태양빛이 달 표면에 떨어져서 개기 월식의 달을 붉게 만드는 것이다.

개기식 중의 달의 밝기는 지구 상층 대기에 있는 먼지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화산이 폭발한 얼마 뒤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난 월식에서는 개기월식 중 달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올해 3월말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우스화산이 폭발해서 많은 먼지를 대기 속으로 내뿜었지만 현재까지 폭발의 규모가 작고 상층대기로 화산재가 많이 올라가지 않아서 달의 밝기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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