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화제]다산인터네트 '시스코' 코 납작

  • 입력 2000년 7월 2일 18시 54분


국내 소형 벤처업체가 기술력을 무기로 통신장비업계 세계 최대 공룡인 미국 시스코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누가 감히 국내에서 중대형급 라우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냐는 업계의 예측을 깨고 네트워크장비 전문업체인 다산인터네트(대표 남민우)가 자체 고유기술로 45Mbps급 중대형 라우터 3종을 동시에 개발, 시장에 내놓은 것. 이 제품들은 초고속 인터넷만을 제공하는 대규모 통신사업자뿐 아니라 사이버 아파트, 기업 네트워크 구축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동안 국산 장비업체들은 기술부족으로 소형 저가의 라우터만 생산하고 중대형 라우터시장은 시스코 등 외국장비업체들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다산인터네트가 중대형급 라우터를 개발해 양산체제에 들어감에 따라 고부가가치 중대형 라우터 분야에서도 국산 대 외국산의 대결이 벌어지게 된 셈.

국내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산 제품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중형급의 경우 3000만∼5000만원선, 대형급은 7000만원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다산인터네트는 자체 개발한 국산 중대형 라우터의 가격을 이들 외국제품에 비해 절반 이하로 책정했다.

라우터장비는 원자재의 가격이 아니라 기술력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것인만큼 그 가격으로도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다산인터네트측의 설명이다.

최근 한국통신이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아파트 프로젝트에 다산의 제품이 채택됨으로써 제품의 질도 인정받았다.

다산인터네트가 올해 선보인 신제품들은 중대형 라우터 3종을 포함해 모두 14종류에 달한다. 외국제품을 수입해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라 모두가 토종기술진들이 밤을 새워 개발한 국산품들이다. 남사장은 “기업들에 팔리는 제품인만큼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이 낮으면 업계에서 소문이 나기 마련”이라며 “아직 광고나 마케팅에 치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사실 다산인터네트는 전체가 하나의 연구소다. 사장을 포함한 직원 83명 가운데 54명이 순수하게 연구개발에만 매달리는 기술자들이다. 나머지 인력들도 대부분 엔지니어출신들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남사장 역시 84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출신. 386세대답게 학창시절 민주화운동과 무관할 수 없었으나 91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전세방 보증금 2000만원을 털어 ‘KOREA READY SYSTEM’사를 만들면서 벤처의 길로 들어섰다.

다산인터네트는 올해 중대형급 라우터제품 개발로 매출300억원, 순익 80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7억원, 순익 22억원에 비해 3배 가까운 초고속 성장이다.

남사장은 최근 벤처업계에서 불고 있는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비교적 느긋한 입장이다.

‘안방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외국산 제품들부터 우선 국산으로 대체하고 그 다음에 인터넷 영토를 해외로 넓히겠다’는 것이 남사장의 복안이다.

<김광현동아닷컴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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