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프로테옴 프로젝트' 활발]'유전자 지도' 완성 눈앞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게노믹스(Genomics)에서 프로테오믹스(Proteomics)로’.

휴먼 게놈, 사람이 지닌 모든 유전정보의 집합체는 조만간 밝혀진다.

그러나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은 생명공학 시장에서 첫단추일 뿐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현재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들은 미정부와 게놈 프로젝트 완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간기업 셀레라 제노믹스사(社)에 거액을 투자, 지금껏 풀이한 게놈정보를 사고 있다. 이는 게놈 뒤에 더 큰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휴먼 프로테옴 프로젝트’다.

▼ 게놈 포스트게놈 ▼

게놈 프로젝트란 사람의 세포마다 들어있는 염색체 23쌍에서 염기쌍 30억개가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를 밝히고 이 중 유전암호를 담고 있는 염기쌍의 집합인 유전자 10만개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게놈 프로젝트 완성 만으로는 거의 아무 것도 못 얻는다. 게놈이 생명의 표준설계도라면, 표준설계도와 개인 및 특정인종의 설계도 간에 차이를 밝혀야 특정 질환과 유전자의 관계를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다.

더구나 세포에서 모든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 암호가 단백질을 만드는데 관여하고, 합성된 단백질이 실제로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밝혀야 질병의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진다.

이것을 밝히는 것이 프로테옴 프로젝트. 게놈 프로젝트와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암조직에는 있지만 정상조직에는 없는 단백질을 찾아내 거꾸로 추적해가면 게놈의 어떤 유전자가 고장나 암이 생기는지를 알 수 있는 것.

거꾸로 게놈을 통해 정상유전자와 암유전자의 차이를 알아낸 다음 암에 걸렸을 때의 프로테옴을 알 수도 있다.

▼ 21세기 생명공학의 축 ▼

프로테옴(Proteome)은 1995년 과학자 마크 윌킨스가 만든 용어. 프로테인(Protein·단백질)과 옴(Ome·전체)의 합성어다.

세포에 적이 침투하거나 세포가 분열할 때 등 외부환경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단백질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상호 작용하느냐가 바로 프로테옴. 이 하나하나가 특허 대상이다. 인체 내 프로테옴의 모든 것을 밝힌다는 것은 곧 인간의 모든 신체작용을 이해한다는 것을 뜻한다.

과학자들은 현재 2차원 전기영동법(2DE)으로 분리한 단백질을 초고속 질량분석기로 분석한 다음 데이터를 처리해 세포 내 단백질의 움직임을 해석하고 있으며 선진국 특허청엔 이에 관한 특허신청이 빗발치고 있다.

영국의 OGCS사는 최근 단백질 세트의 변화를 보고 암 발병 6개월 전에 암을 진단하는 진단법을 개발해 특허신청을 냈다. 또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근호에 따르면 미국의 셀레라 제노믹스사는 스위스의 제네바이오연구소에 프로테옴의 공동연구를 제의했다는 소식이다.

일본 언론과 과학계는 게놈 프로젝트에서 미국에 한참 뒤진 것을 프로테옴 프로젝트에서 만회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 거대한 작업 ▼

개인의 게놈은 원칙적으로 모든 세포에서 같기 때문에 세포마다 같은 단백질이 나와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엄마 뱃속의 배아(胚芽)단계에서 세포가 분열할 때 DNA의 특정부위에 사용 유무를 가리는 딱지가 붙어 유전자의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뇌세포 간(肝)세포 등 세포마다 유전자의 앞부분에 붙어 단백질을 언제 어느 만큼 만들지 결정하는 ‘조절부위’가 다르다. 그래서 각기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단백질의 차이 때문에 세포의 모양 기능 구조 등이 달라지는 것.

프로테옴 프로젝트는 이와 같이 각기 다른 세포에서 수많은 단백질이 어떻게 움직이는 것을 밝히는 일이기 때문에 게놈 프로젝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작업이다.

(도움말〓서울대병원 내과 허대석교수,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진단병리과 김대식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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