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돼지 탄생의미]간-콩팥 무제한 공급

  • 입력 2000년 2월 17일 23시 55분


미국에서 치료의 마지막 단계로 인식되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올 1월 현재 6만7000여명. 이 중 4만4000여명이 만성신부전 등으로 신장 이식치료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 중 뇌사자 등의 장기를 이식받아 새 생명을 찾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세계 각국에서 이식용 장기가 부족한 것은 일반적인 현상.

전세계 과학자들은 이처럼 부족한 장기 부족난을 극복하기 위해 60년대부터 동물 장기의 인체 이식을 연구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포유동물 장기와 사람의 장기는 크기나 기능이 다를 뿐만 아니라 이식 후 거부감도 커 동물 장기 이식치료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97년 최초의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후 새로운 계기를 맞았다. 일부 동물의 경우 세포핵을 난자에 넣어 복제하는 과정에서 유전자를 일부 조작하면 인체 이식 후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돼지의 장기가 인간 이식용 장기를 공급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동물로 여겨지고 있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간 심장 콩팥 췌장 등 돼지 장기의 크기가 대부분 인간의 것과 비슷하다. 돼지 태아의 뇌조직도 인체 뇌조직 대체용으로 일부 사용될 수 있다. 둘째, 복제 돼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체에 이식한 후 거부감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유전자 조작이 다른 동물에 비해 비교적 쉽다.

영국의 PPL사 연구팀은 체세포핵을 난자에 이식해 ‘복제 돼지 수정란’을 만들기 전에 이식 장기에 대한 인체 면역체계의 공격을 유발하는 한가지 유전자를 없애고 거부감을 줄이는 유전자 한가지를 대신 주입하면 된다고 밝혔다.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黃禹錫)교수는 “돼지 장기가 사람 장기 다음으로 이식용 장기로는 가장 이상적이지만 복제 기술이 어려워 각국 과학자들이 성공하지 못했다”며 “복제 돼지 생산이 성공해 일반화되면 장기 이식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는 체세포핵 이식 등 체외 난자 조작과정에서 손상되기 쉽고 20개 이상의 ‘복제 수정란’을 만들어 동시에 자궁에 이식하지 않으면 수태가 안되는 등 양이나 소 등에 비해 더욱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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