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보화 평가]정보 인프라 수준급…활용은 낙제점

  • 입력 1998년 11월 4일 19시 00분


‘정보인프라는 갖춰졌으나 활용 의지나 노력은 낙제 점수.’

동아일보 평가팀이 실시한 ‘정부정보화 평가’를 통해 나타난 우리 정부의 정보화 현주소다.

▼정보 인프라는 수준급〓국방부를 제외한 16개 중앙부서의 본부는 근무를 위한 정보인프라 환경에선 기업 학교 등 사회 어떤 분야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PC보급률은 1.05대로 이미 ‘1인 1PC’시대. 보급된 PC 9천26대의 82%에 해당하는 7천4백20대가 펜티엄급 이상의 최신형 컴퓨터.

기반 통신망도 충실한 편. 통일부를 제외한 15개 부가 근거리통신망(LAN)을 갖추었으며 PC 10대중 8대가 온라인으로 자료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을 갖추고 있다. 교육부와 외교통상부를 제외한 14개 부서는 정부의 초고속망에 연결돼 부서간 전자자료 교환에도 문제가 없었다.

대부분의 부서에서 업무에 적합한 최신 중대형 컴퓨터를 갖추고 있으며 정보화예산도 97∼99년 3년간 연평균 20%씩 꾸준히 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국내 대기업이나 명문대학을 능가하는 수준급인 것으로 평가됐다.

▼정보기기 활용은 낙제점〓정부의 정보기기 활용도는 민간분야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대의 PC에 들어있는 상용소프트웨어 수가 1.63개로 하드웨어 보급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일반사용자가 PC에 최소한 4, 5개의 상용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쓰는 것과 비교해보면 ‘값비싼 PC를 놀리고 있다’고 할 만하다.

동아일보 평가팀이 각 부서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도 대부분의 PC에는 처음에 PC를 살 때 끼워주는 소프트웨어 이외에 워드프로세서 정도만 추가로 깔려 있었으며 간혹 사무용 소프트웨어가 과단위로 1, 2개 눈에 띄는 정도였다.

▼정보고속도로에 달리는 자동차가 없다〓모든 부서가 문서교환을 위한 정보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그룹웨어 방식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문서교환시스템인 인트라넷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쓰는 부서는 많지 않았다.

E메일 ID보급률은 35% 수준. 결국 인터넷과 근거리통신망 등 완벽한 환경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E메일을 쓰지 않는 중앙 부서 공무원이 65%에 달했다.

전자결재도 8개 부만이 도입했을 뿐이고 그나마 대부분 시험운영중이거나 사용자도 하급직원에 불과했다.

본부직원수가 평균 5백34명인 16개 부서에서 게재되는 전자게시물 건수는 월3백41건으로 한 사람이 한 달에 한번도 전자게시판에 글을 올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게시판 평균조회건수는 1일 5백94건으로 하루에 1건 정도 게시물을 읽는 수준이다. 또 정부 초고속망을 통해 부서간에 주고 받는 자료가 거의 없어 광통신망이 잠자고 있었다.

▼한심한 정보화 마인드〓정보화의 성패는 정보통신 수단을 다루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달렸으며 특히 지도자의 정보화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러나 평가를 마친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 정부의 정보화마인드는 수준 미달’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장관들은 “바빠서 컴퓨터를 만질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으며 과장급 이상 관리중에 ‘컴퓨터는 아랫사람이나 하는 것’이라며 서류복사와 컴퓨터 활용을 같은 차원에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부서의 1급 공무원은 귀찮다는듯 “정보화가 밥먹여 줍니까”하는 뜻의 말을 내뱉기도 했다.

16개 부서중 농림부 환경부 정보통신부 등 3개 부서만이 1백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70점 이상의 정보화마인드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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