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학전문誌 『짠 바닷물 이용 농사지을 수 있다』

  • 입력 1998년 8월 25일 19시 44분


사막과 바다를 이용해 싱싱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 최근호는 바닷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더 이상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려면 앞으로 30년간 4억9천4백2십만에이커(2억㏊)의 새로운 농지를 더 만들어야 한다”며 식량부족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 땅의 3분의 1과 맞먹는 크기의 농지가 필요한 셈이다.

땅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물. 인구는 계속 늘어나지만 먹을 물은 점점 귀해지고 있다. 곡식을 가꿀 만한 맑은 물, 즉 농업용수를 얻기 위해 강과 호수는 물론이고 샘물 빗물까지 알뜰하게 모으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사막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짓고 그 곡물을 인류의 식량과 가축을 위한 마초로 쓸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은 쉽게 풀린다.

안타깝게도 지구촌 5대곡물인 밀 옥수수 쌀 감자 콩은 염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낱알이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상엔 모래땅에서 소금물을 먹으며 자라는 식물이 무려 2천∼3천종이나 존재한다. 해변에 자라는 키 작은 관목부터 사막에 뿌리를 내린 나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식물을 내염식물(halophytes)이라고 한다.

문제는 바닷물의 소금기를 견뎌내면서 사람이 먹을 만한 씨앗(낱알)을 영그는 종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그러나 과학자들은 메마른 땅과 소금기에도 끄떡없는 야생 곡물 10여종을 찾아냈다.

최고의 내염식물은 살리코니아. 우리말로 ‘퉁퉁마디’라고 하는 식물이다. 옛날엔 이것을 불에 태워 만든 재에서 소다를 채취해 유리의 원료로 썼다. 나뭇잎이 없고 즙이 많으며 콩이나 호두처럼 식물성 기름이 풍부하다. 식물성기름 30%, 단백질 35%로 영양분도 충분하다. 맛은 호두와 비슷하고 기름을 짜내면 올리브유처럼 보인다.

과학자들은 멕시코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에 약 2백50㏊의 살리코니아 농장을 만들어 1㎡당 1년에 1.7㎏의 살리코니아를 거둬들였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새너제이에도 바닷물 농장이 세워지고 있다.

바닷물로 농사를 짓는 일은 생각처럼 어렵지 않다. 맑은 물을 얻으려면 지하 1백m까지 파서 물을 퍼올려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바닷물농장은 해변에 위치한 사막에 든든한 울타리를 치고 염분에 쉽게 녹슬지 않는 관개용 스프링쿨러를 설치하면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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