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증세 심하면 「쉬한병」의심…호르몬치료로 쾌유 가능

입력 1998-02-05 20:28수정 2009-09-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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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여성에게 기쁨이자 축복이지만 육체적으론 엄청난 부담이다. 예로부터 산후조리를 중요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산모 가운데는 나름대로 몸조리를 했어도 젖이 안나오거나 얼굴이 붓는 등 산후병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희대병원 양인명교수(내분비내과 02―958―8224)는 “산후병 증세가 심한 여성 가운데 분만 때 피를 많이 흘렸다면 뇌하수체나 갑상선 등 호르몬 분비 이상에 의한 ‘쉬한(Sheehan·발견자 이름)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쉬한병이란 난산으로 출혈이 많아 쇼크에 이르고 혈액공급이 끊김으로써 뇌하수체가 파괴돼 생기는 병. 뇌하수체 기능이 저하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쉬한병에 걸리면 △분만 후 젖이 안 나와 아기에게 젖을 먹이지 못하게 되며 △젖을 먹이지 않는데도 월경이 다시 회복되지 않고 △점차 몸에 힘이 빠지고 쉽게 피곤을 느끼게 되며 △식욕 성욕의 감소와 함께 소화불량 변비 추위를 많이 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밖에 △얼굴이 푸석푸석하게 붓고 피부가 거칠어지는가 하면 △골다공증이 쉽게 오고 겨드랑이나 성기 주위의 털이 빠지기도 한다. 양교수는 “쉬한병은 환자가 어느 진료과를 찾느냐에 따라 신경성 위장병이나 빈혈 난소기능부전 조기폐경 골다공증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여러가지 진단이 나올 수 있어 병의 원인을 쉽게 가려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뇌하수체는 뇌의 한가운데에 있는 무게 1g 정도의 가장 작은 기관. 몸체는 작지만 성장호르몬을 비롯해 유즙분비 갑상선 난소 고환 부신피질호르몬을 조절하는 사령탑이다. 따라서 뇌하수체 기능이 잘못되면 갑상선 기능과 부신 기능, 성기능 저하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뇌하수체는 혈압 저하에 특히 취약하다. 때문에 출산 때 많은 피를 흘려 혈압이 떨어지게 되면 뇌하수체가 제 구실을 못하고 기능을 잃어버릴 위험이 높아진다. 한 예로 뇌하수체가 파괴돼 부신피질호르몬이 나오지 않으면 질병이나 교통사고 등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필요한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저나트륨 혈증이 되면서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뇌사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쉬한병의 진단은 뇌하수체 자극호르몬을 투여해 호르몬 분비 여부를 확인하고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하수체를 촬영해 확진한다. 조기에 발견하면 갑상선 부신피질 여성호르몬 등 비교적 값싼 호르몬제를 복용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양교수는 “분만시 출혈이 많았을 때는 뇌하수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며 쉬한병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질 때 호르몬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환자 표지를 소지하고 다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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