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신세기-온세-나래등 지분인수 『물밑거래』

  • 입력 1997년 6월 7일 09시 15분


21세기 주력업종이 될 정보통신사업에 참여하려는 재계의 물밑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통신산업의 경쟁구도 변화와 최근 불황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속출함에 따라 기존 업체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신규 통신사업 컨소시엄에 적극 참여하는 방법으로 통신업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017 휴대전화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의 경영권향방. 포항제철(14.8%)과 코오롱(13.9%)이 불과 0.9%의 지분 차이로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는 가운데 LG정보통신(2.8%)이 곧 보유주식을 매각한다. 이 주식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신세기통신의 최대 주주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 LG정보통신은 계열사인 LG텔레콤이 개인휴대통신(PCS)사업을 시작, 사업의 중복을 피하려고 매각을 결정했다. 신세기통신측은 『포철과 코오롱이 지분비율에 따라 주식을 인수할 것이기 때문에 최대 주주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포철과 코오롱의 내부 사정이 복잡해 신세기통신에 대한 추가투자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 제3국제전화사업자인 온세통신도 최근 주요 주주의 변화가 있었다. 롯데 한라 해태 일진 아세아시멘트 고합 동아 대륭정밀 등 8개업체가 6.55%씩 갖고 있었는데 대륭정밀의 경영권이 아세아시멘트로 넘어가면서 이 지분을 금강그룹이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범(汎)현대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한라와 금강이 온세통신의 지분을 13.1% 차지, 최대 주주로 부상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나래이동통신도 지난달 제2주주인 나산과 성지건설이 각각 보유하고 있던 주식 9.56%중 절반씩을 말레이시아 금융회사인 슈프림테크놀러지사에 매각했다. 나래의최대 주주인 삼보컴퓨터(16.59%)가 주선한 이 주식매각은 국내 대기업에 의한 기업인수합병(M&A)을 의식해 일부러 외국업체에 주식을 넘겼을 것으로 업계일각에선 해석. 제2시내전화사업자로 확실시되는 하나로통신(가칭). 삼성 현대 대우 LG 등 재계 「빅4」를 포함, 무려 4백44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한전과 LG가 「큰소리」를 낼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나로통신의 한전 지분은 7%지만 한전이 제2주주로 있는 두루넷이 7%를 확보했기 때문에 총 14%로 최대 주주다. 더구나 시내전화사업의 근간이 되는 광통신망을 한전이 갖고 있어 실제 영향력은 더 커진다. LG도 겉으로 드러난 지분은 LG텔레콤이 확보한 3% 뿐이지만 하나로통신을 주도한 데이콤(10%)의 실제 주인이 LG그룹이기 때문에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놓고 한전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입법예고된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는 내년부터 통신기업간 M&A가 허용되면 업체들마다 대주주 자리와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학진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