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핫 이슈]예산당국-국회 “알뜰주유소, 도대체 왜 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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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년… 기름값 인하효과 30∼40원 수준


지난해 12월 정부가 기름값을 낮춘다는 취지로 시작한 알뜰주유소 사업이 출범 1주년을 앞둔 가운데 알뜰주유소의 실제 인하 효과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가 알뜰주유소 확대를 위해 500억 원 이상의 내년 예산을 신청했지만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와 국회가 이를 사실상 거부해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의 지속적 하락으로 시중 기름값이 계속 내리는 것도 알뜰주유소 확대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 ‘기름값 100원 내리겠다’ 약속 사실상 무산


14일 지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알뜰주유소는 총 785개. 서울 1호(전국 2호) 알뜰주유소인 형제주유소가 올 9월 문을 닫으면서 ‘도미노 폐업’에 대한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추가로 영업을 중지한 알뜰주유소는 없는 것으로 지경부는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기름값 인하 효과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당초 지경부는 “알뜰주유소로 L당 기름값을 100원 이상 싸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가격 차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6월 평균 42.1원이던 가격 차는 8월 31.6원, 10월 36.8원으로 좀처럼 확대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차이를 체감하기는 더욱 힘들다. 알뜰주유소 1호점이 있는 경기 용인시만 해도 총 188개 주유소 중 알뜰주유소 최저가(11월 14일 현재 1908원)보다 휘발유를 싸게 파는 주유소가 6곳이나 된다. 용인의 주유소 평균가(1963원)보다 비싼 1969원에 파는 알뜰주유소도 있다.

지경부 당국자는 “알뜰주유소 출범 이후 정유사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해 가격 차가 줄었다”며 “경쟁을 촉진한 효과만큼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해외 직수입 물량과 제5정유사인 삼성토탈 물량의 알뜰주유소 공급 비중을 연말까지 50%로 늘려 기존 정유사 공급가보다 낮은 가격에 기름을 공급할 방침이다.

○ 확대 방침에 정부 안팎 회의론

알뜰주유소로 기름값을 잡겠다는 지경부의 확고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정부 안팎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기름값을 잡는 데 필요하다 해도 나랏돈을 들여 주유소 운영을 뒷받침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경부는 내년 알뜰주유소 사업 확대를 위해 알뜰주유소 출자금으로 288억 원, 석유공사 주유소 운영비로 100억 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재정부 예산심의 단계에서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도 심사보고서를 통해 “알뜰주유소의 가격인하 효과가 사실상 없다”며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상임위 예산심사 과정에서 지경부가 알뜰주유소에 강한 의지를 보여 주유소 시설개선 및 품질보증 관련 예산 100억 원은 상임위를 통과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경쟁 논리로 풀어야 할 기름값 문제에 정부가 나서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알뜰주유소로 간판을 바꾸려는 주유소가 별로 없자 기존 농협주유소와 고속도로 주유소를 끌어들였다. 또 직수입 물량을 맞추기 위해 중국 페트로차이나가 생산한 휘발유를 들여오기도 했다. 9월 이후 줄곧 국내 휘발유 값이 하락세를 보여 알뜰주유소에 대한 관심 자체도 낮아지는 상황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는 “관세 면제에 수입분담금까지 동원해 석유를 수입했지만 정작 알뜰주유소로 혜택을 보는 소비자는 찾기 어렵다”며 “국제유가와 유류세에 좌우되는 기름값을 엉뚱한 수단으로 잡으려다 보니 잘못된 정책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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