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대우인터내셔널 ‘헝그리 정신’ 계속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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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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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없는 ‘독립상사’로
유망 중소기업 수출길 도와
새주인 맞아 큰 역할 기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오랫동안 화제가 됐던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를 새 주인으로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대우인터내셔널은 국내 무역상사 업계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1967년 ‘대우실업’으로 시작한 대우인터내셔널은 과거 대우그룹의 세계시장 개척 업무를 도맡아, 당시 우리나라와 정식 수교를 맺지 않은 나라들까지 누비며 세계 구석구석을 뚫고 다녔습니다. 외환위기 땐 그룹이 해체되면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거치는 부침도 겪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다진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와 탁월한 맨파워를 바탕으로 곧 국내 종합상사 1위 자리에 올랐죠.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의 거래처는 180여 개국 6000여 곳에 이릅니다. 요즘 월평균 매출은 1조 원대에 이르죠.

하지만 이러한 ‘스펙’ 외에도 대우인터내셔널이 정말 독보적이었던 영역이 또 있습니다. 바로 ‘중소기업과의 협업’입니다.

그룹이 해체된 후 대우인터내셔널에는 부모(모기업)도, 형제(계열사)도 없었습니다. 삼성물산, LG상사, SK네트웍스 등 다른 종합상사들과 달리 그룹 계열사가 아니다 보니 ‘믿고 기댈 곳(계열사 물량)’이 전혀 없었죠. 대우인터내셔널의 한 관계자는 “사정이 이러니 수익을 낼 아이템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누구든 만났다”며 “이는 작은 중소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 10여 년간 대우인터내셔널은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등 분야의 국내 유망 중소기업을 여럿 발굴했습니다. 제품이나 기술 역량은 뛰어나지만 수출을 잘하지 못했던 기업들이었죠. 대우인터내셔널은 이 기업들을 알고 지내던 해외 거래처들에 소개하고 수출길을 터주었습니다. 단순히 계열사 제품을 외국에 내다 파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걸친 ‘마당발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장과 시장을 ‘중매’하는 상사 본연의 임무를 한 셈이죠. 때로는 ‘대우’의 이름으로 해외시장에 이 중소기업들을 보증하거나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2010년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의 국내 공급처는 약 70%가 중소기업입니다. 업체 수로는 400여 개. 이들이 대우인터내셔널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입니다.

돌이켜보면 ‘부모’도 ‘형제’도 없던 대우인터내셔널이기에 ‘친구(중소기업)’가 더욱 소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헝그리 정신’ 덕분에 국내 중견·중소기업들과 상생할 수 있었죠. 이제는 든든한 부모를 만난 대우인터내셔널이지만 지금까지의 헝그리 정신만큼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대우인터내셔널을 가장 ‘상사’답게 만드는 원동력일 테니까요.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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