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세계경제 인플레이션 압력, 감당못할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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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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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세계경제의 출발은 순조로워 보인다. 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가장 부진한 선진국 경제들도 지난해 말과 새해 연초를 기점으로 마이너스 성장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국가의 재정악화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정부가 붙여 놓은 회복의 불씨는 살아나고 있다.

경기회복이 진행되면서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의 발생이다. 경기부양 과정에서 급격히 늘려 놓은 유동성이 빚을 대표적인 부산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세계 유동성 팽창 효과는 그동안 상품가격 상승으로 반영되긴 했지만 각국 소비자 물가는 안정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시차를 두고 지난해 11월부터 주요국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물가 오름세는 2008년 연말 물가가 급락했던 기저효과 탓도 있지만 전월대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인플레 압력이 누적되고 있기도 하다.

올해 초반 물가 상승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상품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데다 아직까지 정부가 유동성 흡수를 위한 특별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정책 효과의 시차를 감안할 때 연초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지난해 하반기 중에 유동성 흡수를 시작해야 했다. 지금까지 유동성을 줄이기 위한 뚜렷한 정부 정책이 없었던 점이 올 상반기에 불가피하게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이유인 셈이다.

문제는 물가의 상승 속도이다. 물가가 각국의 목표 범위를 벗어나 오르기 시작하면 정부의 출구전략은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진행될 수 있다. 물가 상승 속도를 결정하는 첫 번째 요소는 경제여건이다. 경기가 호황국면일 때 기업들은 비용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품가격 인상으로 쉽게 전가시킬 수 있다. 현재 각국 경제가 회복국면에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계속 늘어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또 상품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정도가 완만하다. 결국 물가 상승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전면적인 인플레 환경이 전개되려면 신용창출이 활발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가계와 기업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시킬수록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 인플레 압력이 늘어나고 자산가격도 빠르게 상승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요국 금융회사들의 신용창출 능력은 정상이 아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 유동성 측면의 인플레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여건으로만 볼 때 상반기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각국이 감당할 정도의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적절한 유동성 흡수조치가 진행되지 않거나 지연된다면 하반기 인플레이션 압력은 경기회복 및 신용창출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한층 가속화될 위험이 잠재돼 있다고 생각한다.

고유선 대우증권 경제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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