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200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둘러보았습니다. 15일(현지 시간) 각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열린 ‘프레스데이’에는 30분∼1시간 간격으로 신차발표회가 잇달아 열렸습니다. 주요 자동차업체들의 신차발표회는 작은 공연이나 다름없어서 보는 동안 피곤한 줄을 모르겠더군요.
BMW의 발표회에서는 신차들이 전시장 둘레를 절반 정도 에워싼 트랙을 달려 객석을 향해 기울어진 원형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현대 무용 공연과 신차 소개가 어우러진 메르세데스벤츠의 발표회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하는 ‘태양의 서커스’의 한 대목을 연상케 했습니다. 폴크스바겐은 ‘블루모션 테크놀로지’를 의미하는 푸른 옷을 입은 젊은 남녀들이 춤을 추는 가운데 신차들을 차례로 발표했습니다. 이들 발표회는 취재진의 환호 속에 축제 분위기로 진행됐습니다.
불행히도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는 발표회와 부스 디자인에 있어서만큼은 주요 자동차업체 중 눈길을 덜 끄는 축에 들었습니다. 기아차의 발표회는 화면에 차의 특징을 설명하는 문장이 빼곡히 들어찬 가운데 사회자가 “우리 차의 장점은 첫째, 둘째, 셋째…”라고 말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발표회를 지켜본 한 외국 기업인은 “한국 기업들의 프레젠테이션은 너무 장황해 집중하기 어렵다”고 평가하더군요. 사회자가 주요 임원들을 연쇄 인터뷰하는 식으로 진행한 현대차의 경우는 그보다는 나았지만 청중을 끌어당기는 힘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현대차는 전시회장 6번 홀에서 가장 넓고 좋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만 별다른 장식이나 눈에 띄는 포인트 없이 밋밋한 흰색 톤으로 꾸민 부스는 ‘썰렁하다’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같은 홀에 입주한 피아트가 부스를 동화풍으로 꾸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과 대조적이었습니다. 현대차 바로 옆자리는 크라이슬러였는데, 이 회사는 경영 위기 속에 이렇다 할 신차를 내지 못했지만 부스만큼은 현대차보다 세련된 분위기였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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