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다윈의 재발견]다윈의학, 현대의학 난제 풀까

  • 입력 2008년 12월 5일 03시 00분


맹장-복막은 진화가 남긴 흔적

아들이 감기에 걸렸습니다. 콜록콜록 소리에 애가 타서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 오히려 “기침을 많이 시키라”고 합니다.

기침은 목과 가슴 부근의 근육들이 정교하게 움직여 호흡기에 침입한 병원체나 이물질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작용입니다. 안쓰럽다고 해서 기침을 못하게 막으면 감기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죠.

아이가 열이 오를 땐 해열제를 먹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집니다. 기침이나 열은 우리 몸이 감기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면서 나타나는 방어 작용입니다. 감기 같은 감염성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부는 진짜 약을, 나머지는 위약(僞藥)을 먹인 결과 위약을 복용한 쪽이 증상이 더 미약하거나 회복이 빨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인체가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적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적응수단으로 기침이나 열 같은 방어 작용을 진화시켰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엔 걱정이 앞섭니다. 탈수가 되지 않을까, 머리가 너무 아플 텐데…. 어느새 약병으로 손이 갑니다. 기침이나 열이 도대체 어느 정도면 괜찮고, 얼마나 심하면 해로운지 등을 정확히 가리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 진화생물학자들은 병원체의 생활사나 분류체계, 진화과정까지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병원체도 인간의 면역체계를 교묘하게 속이거나 약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등 다양하게 진화하기 때문입니다. 적을 알아야 꼭 맞는 대응법도 고안할 수 있겠죠.

이처럼 진화론을 질병 연구에 적용하려는 분야를 ‘다윈의학’이라고 부릅니다. 다윈의학에선 자연선택된 인체의 구조적 변화 때문에 생긴 병도 있다고 합니다. 한 예로 두 다리로 서는 대신 척추질환을 얻게 됐다는 거죠.

맹장이나 복막 등 자주 말썽을 일으켜 굳이 필요할까 싶은 구조가 왜 존재하는지도 다윈의학은 진화가 남긴 흔적으로 설명합니다. 14일 개관한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리는 ‘다윈전(展)’에는 진화과정에서 퇴화하거나 발달한 인체의 여러 기관을 직접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대의학이 풀지 못한 난제들을 다윈의학 관점에선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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