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박 광풍’ 누가 부채질했나

  • 입력 2006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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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거대한 ‘도박공화국’이 돼 버렸다. 오랜 경제침체 속에서도 성인오락실 1만5000개와 성인PC방 4000개는 연일 만원을 이루고 있다. 성인오락실에서는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오락기가 밤새 돌아가고 PC방에선 중독성이 더 심하다는 온라인 도박게임이 한창이다. 지난해 8월 발행되기 시작한 경품용 상품권은 1년도 안 돼 27조 원어치가 풀렸다. 작년 정부 일반회계 예산 144조 원의 19%에 해당하는 규모다.

성인오락실의 피해자는 주로 저소득층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잃고 가정파탄에 이른 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오죽하면 피해자들이 지난달 “경품용 상품권을 폐지해 달라”며 기자회견까지 자청했을까.

이런 사태는 정권의 국가관리 능력이 한심한 수준임을 말해 준다. 시발점은 2002년 문화관광부가 경품 겸용 일반상품권을 허용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사행성 오락기를 허가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 정권 들어 상품권이 오락실 주변에서 바로 현금화되고 단번에 250만 원까지 딸 수 있는 오락기가 나오면서 도박광풍이 불어 닥쳤는데도 정부는 제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에야 경품용 상품권 폐지 대책을 내놓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내 집권기에 발생한 문제는 성인오락실과 상품권뿐”이라고 말했지만 전국이 도박공화국처럼 돼 버렸는데 그 한마디로 넘어갈 일인가. 현 정권은 도박심리, 한탕심리가 더 활개를 칠 여건을 키웠다. 정부가 성장정책에 실패함으로써 ‘분배 개선’의 구호만 요란했다. 기업 투자를 촉진하지 못함으로써 일자리 부족이 심각하다. 하루하루가 힘겨운 현실 속에서 희망을 접은 서민계층이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질 경제사회적 환경이 확산된 셈이다.

이 정부에서 외국인 카지노가 14곳으로 늘어났다. 경마장, 경륜장, 경정장이 흥청거리고 성인오락실과 사설 카지노바가 버젓이 불법 영업을 하는 판이다. 서민을 위한다던 정부가 역설적으로 서민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현 사태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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