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곤교수의 Really?]불덩어리 석탄위 맨발보행이 기적?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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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할 때 프라이팬을 매우 뜨겁게 달구어야 할 때가 있다. 주부들은 흔히 프라이팬을 달구는 중간에 물방울을 떨어뜨려본다. 만일 물방울이 쉽게 말라 없어지면 좀더 달군다. 프라이팬 위에서 물방울이 잘 마르지 않고 구슬처럼 굴러다니면 충분히 달구어진 것을 알고 요리를 시작한다. 온도가 높을수록 잘 마를 것 같은데 이처럼 물방울이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열이 물을 통해 빨리 전달돼 물방울은 쉽게 증발한다. 하지만 프라이팬이 좀 더 뜨거워지면 물방울의 밑 부분은 프라이팬에 닿자마자 수증기로 변한다. 물방울과 프라이팬 사이에 매우 얇은 수증기 막이 생기게 되는 것.

수증기는 액체인 물보다 열을 잘 전달하지 못한다. 따라서 수증기 위에 있는 물방울은 더디게 증발하게 된다. 또 수증기 막 때문에 마찰이 줄어들어 프라이팬 위를 구슬처럼 굴러다닌다. 실제로 온도를 측정해보면 프라이팬이 섭씨 200도에 이를 때까지는 물방울이 빨리 증발하며 200도를 넘어서면 물방울이 오래 굴러다니는 현상이 나타난다.

같은 원리로 이글거리는 석탄 위를 맨발로 걸어 다니는 ‘기적’ 현상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걷기 전에 발이 젖어 있으면 액체가 발을 보호할 수 있다. 불 근처가 풀밭인 경우에는 우선 풀밭 위를 걸어 다니며 발바닥을 축축하게 한다. 또는 긴장해서 발에 땀이 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뜨거운 석탄 위를 걸어가면 발바닥과 불 사이에 얇은 수증기 막이 생기면서 잠깐 동안 발에 화상을 입지 않을 수 있다. 이글거리는 석탄 표면은 매우 무섭게 보이지만 실제로 전달되는 열은 그리 많지 않은 셈. 물론 천천히 걸으면 심한 화상을 입게 될 것이므로 적당한 속도를 내야 한다.

예전에 일부 물리학자들이 이 현상을 실제로 확인해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 박사학위를 받을 후보자에게 원리를 설명한 후 불 위를 걸어보라고 해서 실제로 실행하면 물리학을 진정 믿는 것이므로 학위를 주어야 한다는 농담도 있다. 하지만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에 절대 실험해서는 안 된다.

최준곤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cha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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