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장영근]우주개발, 국가적 차원 접근을

  • 입력 2004년 10월 29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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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과학기술부가 혁신주도형 경제를 이끌어가는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능과 연구개발 수행체계를 개편했다.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고 연구개발 집행기능은 개별 부처로 이관하되, 대형 복합기술 사업인 우주개발과 원자력연구 사업은 과기부에서 총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우리나라의 국가우주개발 체계를 확립하기에는 너무도 미흡하다.

지난해 10월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의 발사에 성공했고 중국 최초의 우주인을 지구로 귀환시켰다. 유인우주선의 성공적인 발사는 중국 국민에게 국민적 자긍심과 희망을 고양시켜 주었다. 이는 무인비행체와 달리 상당한 수준의 우주기술 능력과 전폭적인 국가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선저우의 성공은 중국이 10여년 전부터 국가 주도로 추진해 온 ‘931 프로젝트’의 성과다.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일본도 군의 우주정보 체계를 확대하기 위해 총 4기의 정찰위성을 개발해 지난해 발사했다. 이는 일본이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시절에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델타 로켓기술을 들여와 대형 발사체인 ‘H2A’를 개발,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 밑바탕이 됐다.

미국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우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10여년간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 1969년 세계 최초로 달에 인간을 보낸 일은 유명하다. 미국은 그 뒤 매년 대통령령의 국가우주정책을 발표하고 체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프랑스는 드골 대통령이 우주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육성하기 위해 국립우주기구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세계 위성발사체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아리안 발사체도 개발됐다.

미국 프랑스 등이 우주 분야의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주개발사업을 범국가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지원체계를 단일화하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우리 기술자들은 무엇을 했느냐는 질타가 연이어 나왔다. ‘대포동 쇼크’는 현재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저궤도위성 발사체(KSLV-1) 사업의 계기가 됐다. 이는 항상 일이 터져야 대응책이 나오는 우리의 타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국가 차원의 우주개발 전략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주개발은 국가의 전략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하면 영영 가시적인 결과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10여년간 우주개발 사업에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으나 아직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국가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과기부가 주관해 추진 중인 우주개발 계획에 범부처가 참여해 실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절실한 때다. 국가적 통합 우주개발 계획으로 국방부는 전략적 이득을 취하고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는 우주산업화 기반을 만들며 과기부는 핵심 전략기술을 개발하고 그 밖의 정부 부처는 우주자산을 활용하는 데 그 목적을 둬야 한다.

이런 목표가 ‘그림의 떡’ 또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지금 당장 통합 우주개발계획이 마련되고 실행돼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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