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委-국방부 ‘허원근일병 사건’ 공방전

  • 입력 2004년 7월 12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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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특별조사단 조사관이었던 인길연 상사(왼쪽)가 1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세상은 당신들 생각보다 훨씬 빨리 변화되고 있지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의 문자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김미옥기자
국방부 특별조사단 조사관이었던 인길연 상사(왼쪽)가 1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세상은 당신들 생각보다 훨씬 빨리 변화되고 있지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관계자의 문자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김미옥기자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을 조사하던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 조사관들에게 군 관계자가 실제 총기를 발사하며 협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국방부측은 “당시 쏜 총은 가스총이었으며 총알도 공포탄이었다”며 “오히려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당시 아내가 혼자 있는 집에 불법 침입해 만류하던 아내를 밀쳐 폭행한 후 자료를 훔쳐갔다”고 반박해 사태가 국가기관간의 공방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의문사위는 이르면 13일 증거자료 등을 추가로 공개한다는 방침이어서 양측의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의문사위 주장=의문사위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의문사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 관계자가 의문사위 조사관에게 권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의문사위에 따르면 2월 26일 저녁 대구 모처에서 당시 국방부 특별조사단 조사관이었던 인길연 상사(38)가 박종덕 조사3과장 등 의문사위 조사관 2명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과 관련된 자료를 돌려달라며 허공에 총을 쏘고 수갑을 채우는 등 협박했다는 것.

문제의 자료는 인 상사가 부재 중이던 이날 오후 6시경 인 상사의 자택에서 박 과장 등이 ‘실지조사권’을 발동해 인 상사 부인의 동의를 얻어 입수했다고 의문사위는 밝혔다.

박 과장은 “자료 입수 후 오후 7시경 인 상사가 연락해 와 대구 망우공원 인근에서 만났는데 ‘당신도 죽고 나도 죽겠다’며 이 같은 난동을 부려 어쩔 수 없이 자료를 돌려줬다”고 말했다.

의문사위는 이후 3월 6일 인 상사와 전 국방부 특조단장이던 정수성 대장(1군사령관)을 함께 만난 자리에서도 정 대장에게서 “우리와 상의 없이 언론에 알리면 당신들 다 죽어”라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의문사위는 “5월 7일 인 상사가 ‘모든 증거서류’라며 자료를 보냈으나 참고인 진술녹취 테이프 등 중요 자료는 파기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12일 서울 의문사위 회의실에서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허 일병의 사망 당시 정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

▽국방부의 반박=의문사위의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인 이날 오후 국방부는 서울 종로경찰서 기자실에서 인 상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의문사위의 불법 칩입 및 절도에 자력 구제로 대응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2월 26일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인 상사의 집을 방문해 혼자 있던 부인을 폭행하고 자료를 빼앗아 갔다는 것. 이에 격분한 인 상사는 박 과장 등을 만나 가스총으로 위협 사격했으며, 이들이 멱살을 잡는 등 폭력을 행사해 신변보호를 위해 수갑을 채웠다고 설명했다.

인 상사는 “실지조사권은 자료 요구 및 조사를 하는 권한이지 본인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자료를 가져갈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면서 “개인적으로 검토 중이던 자료를 국가기관이라고 맘대로 가져갈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국방부는 3월 정 대장이 의문사위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도 가벼운 담소를 나눴을 뿐 협박한 적은 없으며, 5월 의문사위의 요구에 따라 모든 자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오히려 의문사위가 인 상사를 상대로 “계속 협조를 거부하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협조하면 국가인권위원회의 4급직을 보장하겠다”며 갖은 협박과 회유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

1984년 4월 2일 군복무 중이던 허원근 일병이 좌우 가슴과 머리에 3발의 총탄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 당시 군 헌병대는 자살로 결론짓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1기 의문사위는 2002년 8월 허 일병이 타살됐다고 밝혔다. 이에 국방부는 같은 해 자체 특별조사단을 조직해 3개월간의 조사 끝에 11월 자살로 다시 결론을 내렸다. 이후 2기 의문사위는 지난해 재조사에 착수해 지난달 ‘진상규명 불능’으로 처리했으나 “타살은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한 의문사위와 국방부의 주장

의문사위국방부
인 상사가 의문사 직원에게 발포한 총기권총으로 박 과장의 얼굴 옆을 향해 실탄 1발 발사가스총 공포탄이었으며 멱살을 잡아 허공에 대고 쐈음
의문사위의 인 상사 자료 입수 과정집에 있는 부인의 동의를 얻어 자료를 회수했음혼자 있는 부인을 협박해 자료를 강탈. 이 과정에서 부인은 의문사위 직원에 밀려 넘어짐
인 상사가 가지고 있던 자료의 가치결정적인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참고인의 녹취 테이프 등으로, 국방부가 존재를 숨기고 있음인 상사의 개인 자료로 의문사위가 악의적으로 사용할 것을 우려해 돌려받았음. 나중에 모두 제공했음
협박 및 회유정 대장과 인 상사가 협박. 특히 정 대장은 3월 6일 만난 자리에서 “죽이겠다”고 말함의문사위 직원들이 수십 차례에 걸쳐전화와 방문을 통해 군 관계자를 회유 및 협박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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