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내 생애…’ 미남스타가 날 사랑 한다고 쫓아오네

  • 입력 2004년 3월 16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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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골마을 슈퍼마켓 점원 로잘리(케이트 보스워스)는 할리우드 미남배우 태드 해밀턴(조쉬 두하멜)의 열혈 팬. ‘태드 해밀턴과 데이트하기’ 행사에 응모한 로잘리는 기적처럼 당첨되어 태드와 하룻밤 데이트를 즐긴다. 결과는 의외다. 태드는 순진하고 밝은 로잘리에게 반하고, 로잘리를 찾아가 마을에서 함께 살겠다고 폭탄 선언한다. 로잘리를 짝사랑해 온 슈퍼마켓 매니저 피트(토퍼 그레이스)는 “배우는 믿을 수 없다”면서 둘을 가로막고 나선다.

‘금발이 너무해’의 로버트 루케틱 감독은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한번 뒤틀어 마치 새로운 이야기인 양 포장해내는 데 전문이다. 그의 영화에서 소녀는 꿈을 이루고, 여기에 더해 소녀는 그 꿈의 대상을 자신의 철학과 삶의 방식으로 감화시킨다.

19일 개봉 예정인 ‘내 생애 최고의 데이트’(사진)는 이런 루케틱 스타일의 로맨틱 코미디 공식이 100% 적용된 영화다. 한데 이 영화는 바로 이런 장르적 공식에 지나치게 기댄 채 마치 ‘어차피 이렇게 흘러갈 영화 아니냐’는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곳곳에서 설명부족을 드러낸다.

할리우드 대스타는 첫 만남 후 돌연 “인생에서 뭐가 소중한지 몰랐다”며 로잘리에게 목을 맨다. 그러나 러닝타임으로 10분 남짓 이어진 무미건조한 첫 데이트에서 로잘리가 보여준 것이라곤 섹스를 거부한 것이 전부다. 뻔한 내용을 포장하기 위한 할리우드의 화려한 볼거리도 부족하다.

로잘리 역의 케이트 보스워드는 풋풋하다. 그의 과장된 광대뼈와 입가의 주름, 부담스러울 정도로 하얀 이와 발그레한 볼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해맑은 웃음을 보여주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그러나 그는 할리우드 스타의 열성 팬 역에 기대되는 뜨거움과 가벼움보다는 나이든 여성 같은 신중함으로 일관해 소녀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가로막는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대화의 구체성. 태드를 만나러 가는 로잘리에게 퍼붓는 피트의 잔소리는 우스워 보이지만 현실을 꿰뚫고 있다. “남자가 ‘애완동물이 좋다’고 하면 (너와) 자고 싶다는 뜻이야. 또 ‘스포츠 경기엔 관심 없다’고 해도 자고 싶다는 뜻이고….”

12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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