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천천히 달려라'…"달릴때 느낀다. 살아있음을"

  • 입력 2003년 8월 29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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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빙햄은 기록이나 거리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려야 즐겁게 달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존 빙햄은 기록이나 거리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려야 즐겁게 달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천천히 달려라/존 빙햄 지음 홍은택 옮김/313쪽 1만2000원 지식공작소

많은 러너들이 자신이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달리기에 빠진 사람을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달리기를 시작한 뒤에는 자신이 ‘미친 사람’ 소리를 들어도 그저 좋을 뿐이다.

마라톤 경력 2년째인 필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풀코스 완주경력이 겨우 세 번인 초보 러너지만 올해 107회 보스턴마라톤에 다녀올 정도로 마라톤에 푹 빠져 있다. 풀코스 최고 기록은 3시간14분20초.

당신은 왜 달리는가?

러너라면 누구나 받는 질문이다. 저자는 건강해지고 싶어서라든지, 살을 빼기 위해서, 혹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는 ‘달려야 할 가장 나쁜 이유들’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러너들이 진짜 달리는 이유는 꼭꼭 숨겨둔 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러너로서 저자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한여름 30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에서, 혹은 장대비를 맞으며, 영하의 날씨에도 새벽 5시면 일어나 운동화를 신고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과연 지금보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거나, 혹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단지 달리지 않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달릴 뿐이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달리기의 묘약이다.

저자는 스스로 운동선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핑계들, 다리가 너무 짧다든가 너무 뚱뚱하다거나 혹은 안짱다리이거나 평발이거나 이 모든 것들이 달리기를 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러너가 되기 위해서는 빨리 뛸 필요가 없으며, 비쩍 마를 필요도 없고, 반드시 풀코스를 완주할 필요도 없다. 단지 달리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 저자는 “우리는 항상 모든 사람보다 더 뛰어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자신에게 최상이면 된다”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열심히 연습하면 누구나 잘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착각이다.

우리의 근육은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 자신의 몸에 맞게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적당한 시간만큼 해줘야 가장 효과적이다.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너무 자주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달리기가 싫어질 수도 있다. 기록이나 거리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려야 비로소 더욱 즐겁고 오래오래 달릴 수 있게 된다.

승자와 패자라는 냉혹한 승부의 법칙이 존재하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모든 사람이 승자가 될 수 있고, 꼴찌도 박수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가 바로 마라톤이다.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라톤의 마지막 한 발자국이 아니다. 러너가 되기 위한 여행의 첫발이다. 모든 발자국은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조금씩 데려간다. 모든 발자국은 새 가능성을 발굴한다.”

저자는 이렇게 외친다. “뒤뚱거리면서도 뛸지어다. 친구들이여!”

김영태기자 yeongtae@donga.com

▼상식을 뒤집는 달리기의 교훈 ▼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 이후에야 어느 거리든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게 된다.

○때때로 가장 훌륭한 달리기는 달리지 않는 것이고, 더 나은 러너가 되는 가장 훌륭한 길은 러닝화를 신지 않는 것이다.

○일주일에 사흘보다 닷새 달리는 게 더 좋고, 하루에 1km보다는 2km를 달리는 것이 두 배 더 좋다고 믿는다면 위험에 빠지게 된다.

○특히 달리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 때로는 걸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걷는 것이 내가 뛸 거리를 줄여놓지는 않는다.

○점수를 기록하기보다는 궤적을 기록하라. 점수를 따지지 않는 것을 배우는 것이 달리기가 줄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교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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