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IT섹션]'접속=출근' 더이상 낯설지 않다

입력 2000-11-05 18:48수정 2009-09-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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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형 증권사인 찰스슈왑의 중역인 크린스틴 패러피아는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위치한 본사로 출근하지 않는다. 대신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한 오피스타워로 출근한다.

널찍한 공간, 완벽에 가까운 네트워크 환경,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훌륭한 경치…. 그녀가 꼽는 오피스타워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집에서 가깝다는 것이다.

이른바 ‘호텔링 센터’. 슈왑이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사는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재택근무 공간이다. 물론 집에서 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적 정의에 맞는 재택근무는 아니다.

그러나 개인이 구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고가의 컴퓨터 장비가 훌륭하게 갖춰져 있고 통근 시간에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곳을 이용하는 슈왑의 직원들은 ‘재택근무(Telework)’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동안 유토피아적 환상으로만 여겨졌던 재택근무가 점차 보편적인 근무환경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워싱턴의 국제재택근무협회를 인용, 미국 노동자의 12%에 해당하는 1650만명 정도가 한달에 하루 이상 재택근무를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호텔링 센터와 같은 재택근무공간은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이미 몇년 전부터 워싱턴에는 연방공무원들을 위한 재택근무공간이 17개나 생겼다. 선마이크로시스템과 같은 정보통신업체는 2년 전부터 샌프란시스코 외곽에서 ‘드롭인센터’라는 이름으로 변형된 재택근무를 실험하고 있다.

“공간보다는 사람을 쫓아다닌 거죠. 즉 ‘어디에서 사무실 부지를 찾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어느 곳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싶어하나’로 바뀌었다고나 할까요?” 선마이크로시스템에서 근무공간 효율화를 담당하는 앤 베임스버거 부장은 드롭인센터를 운영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고민해온 회사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진 것은 물론이다.

진정한 의미의 재택근무를 실현하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가 대표적.

본사 근무직원 3만5000여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집에서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일을 한다. 또 홍보전문회사인 테크노버티브마케팅사나 소프트웨어 제작업체 패스포인츠닷컴처럼 사무실을 사이버공간에만 마련해 직원들이 ‘접속’해야 ‘출근’할 수 있는 회사도 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는 데 가장 큰 장애는 ‘신뢰’. 과연 고용주가 ‘보이지 않는 직원’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재택근무의 핵심 논쟁사안인 셈.

그러나 현실공간의 사무실을 없애버린 테크노버티브의 해리엇 도넬리 사장의 대답은 단호하다.

“만약 회사가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 할 정도라면 어떻게 비즈니스를 합니까? 처음부터 잘못된 사람을 뽑은 것은 아닐까요?”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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