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서 돈빼는 EU은행들, 지구촌 신용경색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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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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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등에 푼 돈 6년새 4배로… 국내도 유럽 투자자본 이탈 급증

유럽은행들이 신흥국에 빌려준 자금을 본격적으로 회수하기 시작했다. 남유럽 경제위기 초기부터 우려돼온 유럽은행의 자금 회수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유럽중앙은행(ECB)을 인용해 유럽 178개 은행이 22일 하루 동안 ECB로부터 긴급 대출을 받은 금액이 2490만 유로(약 386억 원)에 달해 하루 기준으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4월 이후 가장 많았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신용경색이 심해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프랑스 BNP파리바 등 유럽의 대표적 은행까지도 비유럽 지역의 자금을 대거 회수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신흥시장에 대한 유로존 은행의 여신은 2011년 중반까지 약 2조4000억 달러로 2005년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자금을 퍼붓다 썰물처럼 급격히 이탈하고 있어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나타난 신용경색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특히 남미의 칠레나 동유럽의 헝가리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은 유로존 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으며 체코는 105%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지역들은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진정되지 않고 유로존 은행 자금이 철수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 유로존 은행이 비유럽 지역에서 여신을 대폭 줄이면서 아시아 군소 은행들의 자금 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유럽계 은행들은 아시아에 투자한 신디케이트론(다수의 은행이 차관단을 구성해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에서도 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은 유로존 은행의 대출 규모가 미미한 데다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기미도 없지만 11월 들어 유럽 투자 자본의 이탈은 크게 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조4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유럽계의 순매도 규모는 9월 9716억 원, 10월 3757억 원이었으나 이달 들어 22일까지 1조7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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