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선택’ 그 후]“與, 내년총선 서울서 20석도 못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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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서울지역 의원 36명 중 32명 긴급설문

한나라당 서울지역 국회의원들에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충격과 공포’였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곧바로 내년 총선에 대입하면 전체 서울지역 지역구 48곳 중 단 7곳에서만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3년 반 전인 18대 총선에서 40곳을 싹쓸이한 한나라당엔 그야말로 ‘민심의 쓰나미 경보’가 울린 셈이다.

동아일보가 27일 한나라당 서울지역 국회의원 36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선거의 패인과 향후 활로를 묻는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총선 공포감’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2명 중 14명(43.75%)은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얻을 수 있는 서울지역 의석수를 전체의 절반에 못 미치는 10∼19석으로 내다봤다.

이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 속에 치러진 17대 총선 당시 성적표(16석)와 비슷한 것이다. 지금 분위기가 탄핵 정국 때와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한 명은 아예 1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현재로선 야권이 분열해서 한 지역구에 여러 후보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한나라당이 이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10명(31.25%)은 ‘20석 이상을 건질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지금부터 당 쇄신을 통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려놓았을 때’를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7명(21.88%)은 응답을 거부했다.

“땜질 처방 아닌 재창당 준하는 쇄신 필요”


이들은 “도저히 예측하기 힘들다”거나 “너무 낙관적으로 말하면 오만하게 비치고, 너무 비관적으로 말하면 패배주의에 빠지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를 댔다.

실제 홍 대표의 동대문을(나경원 후보 득표율 44.9%)은 18대 총선 득표율에 비해 11.9%포인트 떨어졌고 정두언 의원의 서대문을(42.0%)은 17.1%포인트 하락했다. 정몽준 전 대표의 동작을(42.6%)도 11.8%포인트 하락했으며 이재오 의원의 은평을(42.8%)도 지난해 7·28 재·보선 당시 득표율에 비해 15.5%포인트나 급락했다.

홍준표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응답은 4명(12.5%)에 그쳤다. 22명(68.75%)은 지도부만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했다. 6명(18.75%)은 잘 모르겠다거나 응답을 거부했다.

지도부 책임론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재선 의원은 “이번 선거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도 상처를 입었다. 새로운 사람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영 의원은 “저쪽(야권)은 하나로 뭉치는데 우리는 누가 누구보고 물러나라고 해선 안 된다”며 “절대적으로 화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도부 사퇴를 주장한 한 초선 의원은 “국민들이 채찍을 들었으면 비상한 각오로 뭔가 반성하고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이번 선거는 진 게 아니다’는 식으로 대응하니 어느 국민이 좋게 보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런 지도부를 믿고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 그러니 의원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할 생각만 하는 것”이라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상당수 의원은 지도부 사퇴가 능사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당의 ‘전면적 쇄신’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권영진 의원은 “재창당에 준하는 쇄신이 필요하다. 당명을 바꾸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현 의원도 “한나라당이란 이름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당의 이미지가 젊은 사람들 표현으로 ‘구리다’는 얘기가 많다”며 당명 변경을 주장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부잣집 아들과 판검사 출신들로 당을 채우면 젊은 세대엔 ‘그들만의 정당’일 뿐”이라며 “젊은 세대와 서민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대표성 있는 인사들을 적극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은 “경쟁력이 있는 인사들을 과감하게 영입해 공천해야 한다. 더 좋은 사람이 내 지역구에 온다면 나부터 지역구를 내놓겠다”며 ‘인적 쇄신’을 강조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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