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 노린 中외교관의 ‘사드 반대’ 訪韓 무례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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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외교부에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대응을 총괄하는 천하이 아주사(국) 부사장(부국장)이 외교 관례를 무시하고 방한해 각계 인사에게 사드 반대를 강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외교부가 내년 초쯤 방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일방적으로 26∼30일 한국을 찾아 여야 정치인들과 일부 대선 주자, 싱크탱크, 대기업 관계자들까지 만났다고 한다.

 천 부국장은 2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 차관 전략대화에도 참석해 “사드에 대해 신중히 행동하기 바란다”라고 주장하는 등 강성 외교관으로 이름나 있다. 중국 정부는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 면담 요청에 한 달 넘게 묵묵부답이면서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주로 만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입장까지 무시하고 강행한 이번 방한이 내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사드 배치 여론을 분열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식 외교 채널을 무시하는 외교적 결례임은 물론 최순실 게이트에 이은 대통령 탄핵 이후 권력 이동에 대비하겠다는 계산까지 엿보인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7월 이후 중국은 비자 발급 요건과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부터 롯데 세무조사, 전기차 배터리 인증 지연, 한국산 제품 수입 규제와 한류 및 여행 제한 등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다. 한국의 생존이 달린 안보 문제에 대해 경제를 무기로 보복하는 형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웃 나라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정성껏 은혜를 베풀어 포용한다’는 외교 노선을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겉과 속이 180도 다른 중국을 어떻게 대국이라 할 수 있겠는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보복이 공식적으로 볼 만한 수준까지 오진 않았다”라면서도 “정부 차원에서도 단호히 대응해야겠지만 민간 차원에서도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것은 안이하고 무책임한 발언으로 들린다. 사드 문제로 한중 간에 긴장감이 높아 가는 미묘하고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중국 외교관을 만나는 행동도 신중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외교부가 먼저 국론 분열을 획책하는 중국을 방관만 하지 말고 전방위 외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드#중국#윤병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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