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에 이어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자주 회자된다. 현실과 가상현실이 혼재된 메타버스의 본질은 현실의 나를 초월해 새로운 삶을 경험하는 것이다. 사실 이 메타버스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2300년 전 장자가 ‘호접몽’에서 “내가 나비의 꿈을 꾸었는가,…
《오디세우스의 이야기 ‘오디세이아’는 낯선 세계의 모험들로 가득하다. 이 모험담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퀴클롭스, 황홀한 노래로 뱃사람을 미혹하는 세이렌, 사람들을 짐승들로 바꿔놓는 ‘무서운 여신’ 키르케 등이 등장한다. 오디세우스는 10년 귀향길에 온갖 괴물들과 대면하고 지하세…
《1894년 한반도에서 청일전쟁이 발발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 것은 1637년 병자호란 후 무려 250여 년 만이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전쟁이 없는 것은 세계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그것은 팍스 시니카(Pax Sinica·청에 의한 평화)로 가능한 것이었다. 조선…
《러시아 사람들의 새해맞이에는 선물교환, 대통령의 신년사, 카운트다운 행사, 붉은 광장의 불꽃놀이 외에 한 가지 독특한 ‘리추얼’이 더해진다. 신년 특집으로 TV에서 방영되는 ‘운명의 아이러니, 혹은 사우나 잘 하세요!’라는 기묘한 제목의 영화 감상이 그것이다. 1976년 1월 1일 …
《“까똑.”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모바일 메신저의 알림, 때로 귀찮지만 이제 우리 삶은 이 메신저가 없이는 살 수 없게 됐다. 메신저로 열린 스마트한 세상이 도래하면서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했던 도장 찍힌 문서들은 사라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장, 합격통지서 등 우리 인생의 주…
《전쟁 이야기에는 적군과 아군, 선과 악, 승리와 패배가 있다. 독자나 관객의 마음은 승리하는 선한 편으로 끌리기 마련이다. 대다수 전쟁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우리의 마음이 그렇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리스의 전쟁 서사시 ‘일리아스’에는 그런 이분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리스 군대의 내분…
《갑신정변으로 일본에 망명한 김옥균을 일본 당국이 절해고도(絶海孤島), 오가사와라섬에 유배시킨 것은 지난 회에 살펴보았다. 여기서 약 2년간 고독, 질병과 싸우던 김옥균은 이번에는 홋카이도로 이송되었다. 일본 벽지에 그를 가둬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일본 정부의 의도였다. …
《1948년 2월 23일 모스크바 종합과학기술박물관 강당에서 “서구의 전쟁광”을 타도하고 소련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시 낭송회가 열렸다. 행사에 동원된 스무 명의 시인 중 한 사람을 제외한 전원이 객석을 향해 놓인 무대 위 의자에 앉아서 사회자의 호명을 기다렸다. 객석…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의 하나인 신라 금관이 처음 발견된 지 올해로 꼭 100년이 됐다. 지난 100년간 신라 금관 6건이 발굴됐고, 가야와 마한 일대에서도 다양한 금동관이 발견돼 명실공히 우리나라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유물로 자리매김했다. 신라 금관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유물이 된 …
《고대 그리스는 가부장제 사회였다. 민주정의 아테네도 그런 점에서는 왕정의 조선 사회와 다르지 않았다. 정치 참여는 18세 이상 성인 남자들의 권리였고, 여인들은 신분의 차이를 불문하고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출산, 육아, 집안 살림 외에 여인들에게 허락된 공적인 활동은 …
《1884년 겨울, 갑신정변에 실패한 김옥균은 일본으로 도주했다. 그의 망명은 전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 신문들은 그를 ‘조선판 메이지유신’을 시도하다 실패한 비운의 혁명가로 묘사했다. 이후 일본은 정치적 곤경에 빠진 조선(한국) 정객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유길준, 이준용(…
《1962년 11월 17일, 대표적 월간 문예지 ‘노비 미르’가 발간 하루 만에 전량 매진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거기 실린 어느 수학교사의 중편 덕분이었다. 그때까지 무명이었던 수학 선생은 1주일 후 소련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로 우뚝 올라섰고 얼마 후에는 전 세계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
《‘오징어게임’으로 40년 전 한국 아이들의 놀이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우리 기억 속에서도 희미하게 남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놀이가 잔인한 어른들의 게임으로 이어지는 이 드라마에 세계는 왜 열광할까. 인간의 역사에서 단순한 놀이는 없었다. 험난한 자연환경을 딛고 유라시아를 제패…
《인간의 감정만큼 변덕스러운 것이 있을까? 가까운 사람의 작은 잘못에 화를 내며 등을 돌리지만 낯선 사람의 불행에 연민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인간이다. 이성과 합리성의 신봉자들은 감정의 이런 변덕을 늘 눈엣가시로 여겼다. 그래서 감정을 마음 밭에서 ‘말려 죽여야 할 잡초’나 ‘생각하는…
《우리는 흔히 한일 근대사에 관련된 일본 정치인 하면 이토 히로부미를 떠올린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오랫동안 한국 문제에 간여한 사람은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1836∼1915)라는 인물이다. 막부 타도에 앞장섰던 조슈번 출신으로 메이지유신의 원훈 중 한 명이다. 이토 히로부미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