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바렌보임, 베를린 은퇴 2주만에 伊라스칼라 콘서트 지휘

  • 뉴시스
  • 입력 2023년 2월 16일 0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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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거장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난달 31일 베를린 슈타트오퍼(국립오페라극장) 음악감독을 사퇴한지 2주일 만에 80세의 고령과 건강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에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콘서트 지휘를 맡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바렌보임은 3회로 예정된 지휘 중 15일 밤(현지시간)의 모차르트 콘서트의 지휘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5분 동안이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고령에 건강이 나빠진 그는 마지막 커튼 콜에 나와서 앉은 채 발을 구르는 것으로 관객에 대한 감사인사를 했다.

아르헨티나 출생의 다니엘 바렌보임은 30년이나 일해온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을 공식 퇴임한 뒤 2주일만인 12일 새벽 7시 15분에 갑자기 라 스칼라극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다니엘 하딩이 집안 사정으로 못하게 된 모차르트 콘서트 3개의 지휘를 맡아달라는 전화였다.

건강악화로 은퇴한 바렌보임은 전에 수석 지휘자로, 그 다음엔 음악 감독으로 거의 10년간 일했던 라스칼라 극장의 연락을 받고 즉시 이탈리아로 갔고 15일 오전에는 극장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바렌보임은 AP기자에게 “나도 놀랐다. 마치 일주일 만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얼굴만 친숙할 뿐 아니라 악단의 “음향”에서도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건강 문제는 물론 가장 큰 걱정거리다. 바렌보임은 “ 중증 신경증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각종 증상으로 천천히 움직여야만 하고 한 번 일어서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날 리허설을 관람한 사람들은 바렌보임이 지휘봉을 집어드는 순간부터 갑자기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바렌보임은 노환에도 불구하고 되도록 많이 지휘대에 오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베를린에서 신년음악회 때 그랬던 것처럼 휠체어에 앉아서라도 하겠다며 이번에 밀라노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하루 하루 단위로 상황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병으로 내 인생이 변화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음악가로서 예전에 중요했던 일들이 아직도 여전히 중요하다. 15일의 지휘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느낌이 좋다. 16일과 18일(토요일)에도 그렇기를 바란다. 그 다음은 나중에 알아보겠다”고 그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피아노 연주는 다른 문제다. 지난 해 그는 공식적으로 두 차례 밖에는 연주하지 않았다. 사적인 모임의 피아노 연주는 여전히 가능하다.

70년의 연주자, 지휘자 경력으로 전 세계를 누비는 동안에 바렌보임은 베를린, 밀라노, 시카고, 파리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지만 한 번도 발걸음을 늦춘 적이 없었다. 느려진 것은 최근의 건강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전에는 한 번도 나이를 의식한 적이 없었다. 내가 이미 20대가 아니다,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가 아니란 생각도 해보지 않고 살았다. 그러다 갑자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아직도 음악을 할 수 있고 여전히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좋다”고 그는 토로했다.

베를린 오페라극장 은퇴는 슬프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종일 근무하는 직책이었고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도 않았고…”라고 그는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7살 때 첫 공개 연주회로 데뷔한 바렌보임은 유대인 조부모가 1900년대 초에 러시아를 탈출했고 바렌보임이 10살 때 새로 탄생한 국가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조부모는 바렌보임이 “소수민족의 하나가 아닌 다수에 속해서 살수 있는”나라로 데리고 간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그의 음악교육을 받게 했지만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대한 반감으로 독일의 초청공연은 받지 못하게 했다. 바렌보임은 왜 히틀러의 고향인 오스트리아는 괜찮고 독일은 안된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30년 동안 고향으로 여겼고 옛 동독에 자리잡고 있던 베를린 슈타트 오퍼 극장이 독일 통일 이후 세계의 문화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만든 그의 독일에서의 경력은 가문의 역사와 무관하게 지속되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바렌보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현재의 세계정세 때문에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내부의 정치 문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음악가들을 배제하기로 결정한 일도 부당하다고 말한다.

“러시아인 모두가 우크라이나에 적대적인 건 아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1950년대 이후로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현재의 세계는 그 당시 보다도 더 물질적이고 각박하며 긴장된 세계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요즘 사람들이 음악을 경청할 줄을 모른다”면서 그 섬세하고 기술적인 악곡이나 연주를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귀를 기울여 정성으로 경청해야 음악의 영적인 경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밀라노( 이탈리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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