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꺼져” 이탈리아 갇힌 유학생, 인종차별까지 ‘고립무원’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18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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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향해 손가락질도 하고 너희 나라로 꺼지라고도 하죠.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러운 욕도 많이 하고 심지어 어떤 상점 직원은 우리 앞에서 숨도 참더라구요. 숨 쉬면 코로나19가 걸릴까 봐 그러는지….”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과 유학생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에 돌아오기도 어려운 상황인 데다, 현지에서 차별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거주하고 있는 윤모씨(30)는 지난 17일 <뉴스1>과 인터뷰를 통해 현재 이탈리아에 있는 한국 교민들의 상황을 생생히 전해왔다. 윤씨는 성악 공부를 위해 2년째 이탈리아에서 머물고 있는 유학생이다.

윤씨가 전해온 현지 상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인을 향한 젊은 이탈리아인들의 ‘차별적인 시선’이었다.

그는 “물론 여전히 친절하게 웃으며 대해주는 이탈리아인들도 있다”면서도 “특히 젊은 이탈리안들이 바이러스 등을 언급하면서 꺼지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상점에서 계산할 때는 거스름돈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유럽 내 확진자 수 1위 국가에 머물고 있다는 불안감에 차별까지 받는 등 견디기 힘든 상황이지만, 이들이 한국에 돌아오기는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윤씨는 “한국 직항 비행기는 끊긴 지 오래”라며 “경유해서 들어가거나 하는 방법은 있지만 이탈리아발 비행기도 여러 국가에서 막은 상황이라 그것마저 어렵다”고 말했다.

여러 국가를 경유해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 티켓을 구해도 취소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설명이다. 이에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는 이탈리아 교민을 위한 한국행 전세기를 지원해 달라는 청원 글도 등장한 상태다.

윤씨는 “정부 지원과 별도로 이탈리아 한인회에서 대한항공에 연락했다”며 “사람들을 많이 모을 테니 비행기를 띄워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내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는 이탈리아의 행정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고 한다.

윤씨는 “1년에 한 번씩 체류허가증을 갱신해야 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관공서가 닫은 상황에서 체류허가증 발급에 문제가 있는 유학생들이 많다. 만약 한국을 들어갔다가 다시 오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유학생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한국 교민들과 유학생들은 비행기나 체류 문제로 어떻게든 이탈리아 안에서 버티고 있지만, 현지 상황은 좋지 않다.

이탈리아 총영사관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8일부터 신규 행정명령을 통해 파르마 등 14개 도시의 이동을 제한했다. 이어 9일부터는 이탈리아 전역이 레드존으로 지정되며 이동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윤씨는 “도시별 이동은 물론, 가까운 외출도 통제된 상황이다. 외출을 하려면 반드시 사유서를 미리 작성해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며 “기차역 등에는 경찰과 군인들이 지키고 있어 사유서를 보여주고 확인을 받아야 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트의 경우 이동금지령이 내려진 직후 이틀 동안 쌀이나 물 등 생필품이 텅텅 비었다”며 “이후 마트에 줄을 세워놓고 한 가정에 한 명만 마트를 갈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물도 1인당 24병까지만 구매 가능하도록 수량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개인 위생 용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윤씨는 “마스크는 판매하는 곳 자체를 찾기 어렵다”며 “보통 아마존을 통해 구입하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품절이라 구매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광저우 한인회에서 이탈리아 한인회로 마스크 지원을 해줬지만, 배부가 용이하지 않아 그림의 떡이다. 1인당 3매씩 나눠준다는 공지는 됐지만, 받으러 가기 쉽지 않은 것이다.

윤씨는 “밀라노와 로마에 한국인이 많이 살아 한인회도 그 두 곳에만 구성되어 있다”며 “다른 지역에 사는 한국인들은 마스크를 받기 위해 거기까지 이동하는 것이 어렵다”고 안타까워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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