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트럼프의 ‘패밀리 비즈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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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뽑으면 남편은 덤.” 작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마트에서 하는 ‘1+1’ 마케팅 같은 선거공약을 내걸었다. 자신이 이기면 남편(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동으로 따라오니 경제는 그가 책임지게 하겠다는 뜻이다. 빌 클린턴이 누구인가. 1992년 대선에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란 선거구호로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아 당선된 뒤 경제부흥을 이룬 주역 아니던가. 안타깝게도 클린턴의 패배로 부부 마케팅은 빛을 잃었다.

 ▷딸이 예쁘면 사위도 그만큼 예쁜 것인가. 20일 공식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맏사위를 백악관 선임 고문에 내정했다. 대선 과정에서 맏딸 이방카와 사위인 부동산업계 거물 재러드 쿠슈너는 진정한 실세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연설문 작성부터 정책 수립은 물론 일정과 선거자금 관리까지 모든 분야를 관장했으니 앞으로도 그럴 게 분명하다. 트럼프는 임기 중 자신의 비즈니스는 두 아들에게 맡겼다.

 ▷문제는 대통령 친인척의 공직 임명을 금지한 연방 친족 등용 금지법이다. 클린턴 재임 시절엔 힐러리를 헬스케어 태스크포스 대표로 임명했다가 이 법 때문에 소송을 당한 적도 있다. 쿠슈너도 이를 의식한 듯 월급 한 푼 안 받겠다고 선언했다. 또 다른 장애물은 ‘이해충돌’. 작년 11월 쿠슈너가 사업상 중국의 안방보험 회장과 비밀 회동한 사실까지 뒤늦게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8일 방송에서 “국정 운영은 패밀리 비즈니스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트럼프는 들은 척도 안 했다.

 ▷미국의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내각 지휘 스타일이 자율성과 과제를 동시에 부여하면서 결과에 확실한 책임을 묻는 대기업 운영 방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시콜콜한 이슈까지 간섭하기보다 업적이 될 만한, 혹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 위주로 챙길 것이란 관측이다. 국정 전반의 미세 조정은 ‘실세’ 딸과 사위 등 가족 몫이 될 확률이 높다. 과연 트럼프는 부를 일군 방식으로 나라를 성공적으로 다스릴 수 있을까. 4년 뒤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패밀리 비즈니스#트럼프#폴리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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