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 ‘생전 퇴위’ 의사 표명…황실전범엔 규정 없어 논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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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8월 8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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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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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明仁·83) 일왕이 8일 생전에 왕위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현재 일본 법률상 ‘생전 퇴위’는 불가능해 일본 내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오후 3시, 사전에 녹화한 동영상 공개를 통해 “점차 진행된 신체적 쇠약을 고려할 때 몸과 마음을 다해 상징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상징적 일왕의 의무가 항상 끊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진행되기를 원한다”고 생전 퇴위 의향을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은 2003년 전립선암 수술, 2012년 협심증에 따른 관상동맥 우회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 황실의 왕위계승과 황실의 제반 사항을 담은 황실전범(皇室典範)에는 생전에 왕위를 물려주는 것에 대한 규정이 없다.

1947년 제정된 황실전범 제4조는 ‘덴노(일왕) 별세 시 덴노의 후계자가 곧바로 즉위한다’고 종신 재위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생전 퇴위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선대 일왕과 현 일왕이 병립할 경우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신체적 쇠약을 이유로 들었지만 현재 그의 건강은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조기 퇴위에는 관련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1933년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장남으로 태어난 아키히토 일왕은 1959년 왕실 전통을 깨고 평민 출신의 미치코(美智子·82) 왕비와 연애결혼해 2남 1녀를 두었다.

1989년 아버지 히로히토 일왕의 사망과 함께 125대 왕위에 올랐으며, 아버지와 달리 평생 정치에 개입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8월15일 종전 70년 전몰자 추도식에서는 일왕으로서는 처음으로 과거사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뜻대로 생전 왕이 계승이 이루어 질 경우 에도(江戶)시대 후반기인 1817년 고가쿠(光格) 일왕 이후 200여 년 만의 이례적 일이 된다.

한편, 황실전범에 따르면, 왕위계승 서열은 덴노의 장남(皇長子)이 1위, 덴노의 장남의 자손(皇長孫)이 2위다. 딸은 덴노가 될 수 없다.

이를 현재의 왕실에 적용하면 장남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왕세자가 1위, 히사히토(悠仁) 왕손이 2위가 된다.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 퇴위를 공식화함에 따라, 일본 정부는 양위 문제를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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