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대통령?… “트럼프 집권땐 되레 일자리 줄고 경기침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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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경제정책’ 분석 보고서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70)는 경선 내내 “워싱턴 기성 정치인들은 말만 많고 행동이 없다. 미국의 빼앗긴 일자리를 찾아오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백인 블루칼라 계층의 열광적 지지도 이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트럼프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그가 집권하면 미국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하고 실업률은 고공행진을 할 것이란 보고서가 나왔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운영하는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21일 ‘트럼프 경제 정책들의 거시경제적 결과’란 제목의 A4용지 15쪽 분량 보고서에서 “그가 집권하면 미국 경제는 2018년 초부터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며 “침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실행하면 세출절감 대책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세수(稅收)만 크게 감소하면서 정부의 재정 적자가 커지고, 고소득층만 부자 감세의 혜택을 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는 중국 등 무역 상대국들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해 중장기적으로 미국 무역의 성장과 해외투자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 이민자 강제추방 정책도 미국 특유의 개방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세계에 심어줌으로써 미국 경제를 고립시키고 퇴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집권 때 경제지표 변화 예상치도 제시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법규를 4년 유지했을 때보다 모두 악화된다는 것이다. 4년 임기가 끝나는 2020년을 기준으로 트럼프 집권 기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6%에 불과하지만 현행 법규를 유지하면 1.8%가 된다. 실업률도 ‘트럼프 정부’에선 6.8%(현행 법규에선 5.0%)로 높아진다고 예측했다. 연방정부 부채 규모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도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엔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경제정책을 분석한 보고서도 조만간 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은 이날 최대 ‘경합 주(스윙 스테이트)’ 중 하나인 오하이오 주에서 경제 관련 연설을 하면서 이 보고서 등을 인용해 “진보주의자나 보수주의자 모두 트럼프의 경제 구상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다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는 자기 회사를 네 번이나 파산시켰다”며 “수백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주주들은 망했지만 트럼프만 무사하다”고 공세를 폈다.

트럼프는 자신의 핵심 참모까지 경질하며 선거 진용을 다시 짜고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에 비해 열세가 뚜렷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5대 여론조사를 평균한 결과 클린턴 지지율(46%)이 트럼프(39%)를 7%포인트나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은 본선 승부를 좌우할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미시간 등 9대 경합 주 가운데 7곳에서 트럼프를 앞섰다.

특히 ‘경합 주 중 경합 주’이며 12일 올랜도 테러가 발생한 플로리다에서 클린턴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퀴니피액대가 8∼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47% 대 39%로 트럼프를 8%포인트나 앞섰다. 한 달 전 같은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1%포인트 높았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대통령#트럼프#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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