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 뺏긴 무르시, 군부와 어떻게 싸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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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민선 대통령 시대’ 3대 포인트

“이집트가 현재 직면한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국가적 통합뿐입니다.”

이집트 민주화 혁명 후 첫 민선 대통령이 된 무함마드 무르시 당선자가 이집트 국민에게 보낸 첫 메시지는 ‘통합’이었다. 무르시 당선자는 24일 대선 결과 발표 후 가진 첫 TV 연설에서 “지난해 (혁명 때) 피를 흘린 순교자들이 없었다면 결코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혁명수호 의지를 밝혔다.

군부에 빼앗긴 실권 찾을 수 있나?

무르시 당선자는 “취임선서는 군 최고위원회(SCAF)가 요구하는 헌법재판소가 아닌 의회 앞에서 할 것”이라고 밝혀 군부의 ‘허수아비 대통령’이 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무슬림형제단(형제단)이 다수를 차지한 이집트 의회는 이달 14일 헌법재판소의 불법선거 판결에 의해 군부가 해산명령을 내린 상태다. 군부가 지난주 발표한 새 ‘과도헌법’은 취임선서를 헌재에서 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형제단은 무르시 후보의 당선 후에도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반군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형제단은 18일부터 군부의 의회 해산과 대통령의 핵심권력을 군부에 이양한 ‘과도헌법’에 저항하며 연좌시위를 벌여 왔다.

군부는 새 대통령 취임 전날인 30일까지 모든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미 과도헌법 등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부분 빼앗아간 상태다.

무르시 당선자와 형제단은 선거를 통해 얻은 ’합법성‘을 무기 삼아 군부에 빼앗긴 권한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겨우 절반을 넘긴 지지율(51.7%)과 혁명을 주도한 자유주의 세력의 불신이라는 부담을 짊어진 무르시 당선자가 군부에 강력히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형제단이 지난해 혁명 후 갈등의 고비마다 결국엔 군부와 타협해 왔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이슬람 신정국가 되나?

무르시 당선자는 이집트 최초의 무슬림 대통령이다. 그는 선거운동 당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그 위대함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슬람주의를 주창해 왔다. 무르시 후보가 당선된 후 이집트 안팎에서는 이집트가 이란과 같은 신정국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르시 당선자와 형제단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슬람원리주의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 첫 연설에서도 “모든 이집트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혀 소수 기독교도와 여성을 존중할 것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집트의 이슬람화를 우려하는 미국과의 관계 역시 이슬람주의를 고집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곧 발표될 새 내각 구성은 무르시 정권의 국가 통합에 대한 첫 시험대가 될 예정이다. 무르시 당선자는 총리 등 내각 주요 인사에 형제단 출신이 아닌 인물을 임명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무르시 당선자의 공약이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무르시 당선자는 형제단의 정책을 대변하는 인물일 뿐 실질적인 영향력이 부족하다”며 “처음 형제단 대선 후보로 나섰던 실세 카이라트 엘샤테르가 무르시 정권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이스라엘과 반목할까?

무르시 당선자는 “모든 국제조약을 준수하고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혀 급격한 대외정책 변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첫 아랍 국가다.

무르시 당선자가 당선 전 이스라엘과 대치 중인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대미 관계 종속을 청산하겠다고 밝혀 온 점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부추겼다. 그러나 무르시 정권이 출범해도 이집트 대외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 CNN방송은 지난해 혁명 후 이어진 혼란으로 망가진 이집트 경제를 고려할 때 미국과 서방의 지원은 무시할 수 없는 중대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집트는 미국으로부터 연간 13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원조 등 대규모 경제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은 무르시 당선자에게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이정표”라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이집트 정부가 이 지역 평화와 안보, 안정의 주춧돌 역할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대선 결과를 존중하며 양국 간 평화협정에 기반을 둔 협력이 지속되길 바란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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