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유은행 쉽게 장사… 독점 깨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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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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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민간자본에 개방”… 원저우 금융특구 확대 시사
증시 외국인투자한도 증액 등 금융규제 완화 가능성 주목


중국이 국유은행 지분을 팔거나 민간은행 설립을 확대해 일부 대형 국유은행의 독점구조를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외국인의 중국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 제한도 크게 완화하기로 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3일 푸젠(福建) 성에서 열린 현지 기업인들과의 원탁회의에서 “대형 국영은행들의 독점을 깰 때이며 공산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 국영은행들이 너무 쉽게 이윤을 남긴다. 왜냐하면 소수 몇몇 은행이 독점적 지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5대 국영은행은 공상 건설 중국 농업 교통은행이다.

이어 원 총리는 “민간자본을 진입시켜 금융시장의 독점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민간 기업의 은행 설립을 허용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한 ‘원저우(溫州) 금융개혁 실험구’를 예로 들며 “원저우 프로젝트가 일부 성공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 자금 한도를 현행 300억 달러(약 33조8850억 원)에서 800억 달러(약 90조3600억 원)로 늘리기로 했다. 자금 한도는 중국의 상장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 총액의 상한선이다. 현재 한국계 증권사를 포함해 129개 외국 기관이 받은 투자 승인액수는 총 246억 달러(약 27조7857억 원)다.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자금 한도를 400억∼500억 달러 정도로 늘릴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증가 폭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민간의 자금난 완화와 금융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2009∼2010년 중국 은행권의 신규 대출 가운데 60%는 지방정부 산하 국영기업에 몰려 있다. 그 나머지는 민간 대기업이 주로 가져간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사채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원저우에서 중소기업 연쇄 부도가 난 것도 이런 구조에서 기인했다. 국유은행의 독점 해체는 정부의 보호막을 걷어내고 경쟁원리를 도입해 ‘돈 가뭄’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 자금 한도 확대도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 주식시장은 주로 국영기업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주식도 시가총액의 1% 미만에 불과하다. 2010년 이후 은행들이 긴축에 들어가면서 대출을 조이자 상장기업들이 증시에서 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을 새로 발행(유상증자)했다. 하지만 이를 인수할 주체도, 여력도 충분하지 않아 주가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계에선 이 조치들이 금융규제 완화로 이어질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국유은행의 독점 구조가 깨지면 과거처럼 국영기업이나 대기업만을 상대로 한 대출 영업이 축소되기 때문에 시중 은행들은 자금 운용을 위해 더 다양한 금융상품을 필요로 한다.

또 해외 자본의 유출입이 늘어나면 금리와 환율의 변동 폭을 확대해야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개혁, 개방을 중시하는 현 중국 지도부가 올가을 퇴임을 앞두고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마지막으로 금융부문에 손을 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국유은행#금융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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